닮음꼴 윤석금·안철수, 엇갈린 운명

닮음꼴 윤석금·안철수, 엇갈린 운명

서명훈 기자
2012.10.09 18:36

[기자수첩]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무소속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후보는 ‘닮은꼴’이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건실한 기업을 일궈냈고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윤 회장은 생소하던 ‘렌탈’ 개념을 도입해 정수기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고 안 후보는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백신을 개발했다.

회사 경영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웅진그룹은 대기업으로 커 오는 과정에서 납품비리나 세금 탈루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쓸린 적이 없다. 안철수 연구소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며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줬고 1500억원대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윤 회장 역시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주력 계열사였던 코리아나 화장품을 매각하고 사재를 출연해 회사를 살리는데 힘을 보탰다. 그 이후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각종 공익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처지는 극과 극이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 나선 상황이다.

“아무것도 없이 사업시작해서 IMF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리하게 해가지고 이렇게 피해를 주게 됐구나. 자만심일지 모릅니다. 그동안 잘해왔기 때문에 다른 데로 확장해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윤 회장이 지난 5일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한 말이다. 대표이사로 취임해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도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손을 들면서 뒤늦게 내놓은 탄식이었다.

“2004년 초부터 조직 운영이나 개발, 업무 프로세스가 시스템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내가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음을 깨달았죠. 10년 된 회사를 이제 100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단인 셈입니다”

지난 2005년 안 후보가 안철수 연구소 CEO에서 물러나며 한 말이다. 당시 모든 이들이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냈다. 물론 그를 유력한 대선주자 반열로 올려놓은 것도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한 덕분이다.

윤 회장의 결단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샐러리맨의 신화’는 좀 더 온전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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