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망버스 잠시 멈추자

[기자수첩]희망버스 잠시 멈추자

김지산 기자
2012.10.11 17:09

한동안 멈췄던 희망버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는 이번에도한진중공업(29,000원 ▼1,450 -4.76%)영도조선소로 향했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해고 근로자 94명의 복직 약속을 지키라는 게 버스 승객들의 요구다.

아직 약속 이행 여부가 확인되기까지 한 달여 시간이 남았다. 그런데 희망버스는 미리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는 한진중공업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깔려 있다.

한진중공업은 오너인 조남호 회장이 1년전 국회에서 한 약속을 지킬 터인데, 기다려보지도 않고 움직임에 나서는게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노동쟁의 문화에서 한진중공업이 악덕 기업의 전형으로 각인될까 우려한다.

희망버스가 다시 움직이기까지 한진중공업의 옛 노조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쟁 일변도이던 옛 노조는 지난 4년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새로 출범한 노조에 전체 조합원 701명 중 571명이 무더기 가입했다. 정작 한진중공업 직원들이 뭘 원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영도조선소에는 약 200여명이 군함을 건조하고 있다. 나머지 500여명은 유급 휴직 중이다. 군함 건조는 2014년 상반기 끝난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제로'다.

희망버스는 지금의 이 상황을 언급하지 않은 채 기일을 한 달이나 앞둔 지금 복직문제만 거론한다. 부산영화제로 축제 분위기인 부산시조차 희망버스에 자제를 호소하는 형편이다. 부산시라고 부산의 가장들이 영영 실직자로 전락하길 바라겠는가.

부산시는 복직 문제를 한진중공업 노사에 맡기자고 한다.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본 뒤 희망버스 운행을 재개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주를 많이 해서 일거리가 늘어야 고용안정성이 높아지고 월급도 많아진다.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선 조선사에 발주를 할 선주가 과연 몇이나 될까. 희망버스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고 한진중공업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자명하다. 유급휴직 중인 근로자, 복직을 앞둔 근로자들을 생각해서도 잠시 희망버스의 시동은 꺼두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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