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 해외인턴십, 저소득층 30%선발..."양극화 해소 기여 밑거름"
#. 대학생 김모(23)군과 박모(23)양은 지난 7월 아산나눔재단에서 실시하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2기) 참가차 약 한달 간 중국에 머물렀다. 둘은 재단의 저소득층 우대전형 혜택을 입고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항상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이들은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이라는 전쟁터에서 기죽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아산나눔재단은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30% 가량을 저소득층(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의 자녀) 학생에게 할당해 선발하고 있다.
◇"패배의식 버리는 계기 돼"
김군의 집안은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사기를 당하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었다. 김군은 초등학교때부터 단칸방에서 살아야 했고, 청소년기 내내 학교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학업을 마쳤다.
처음엔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웠던 그가 '더 도전적으로 살아보자'란 생각을 한 것은 중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였다. "내 잘못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학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4년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등록금이 전부가 아니었다. 생활비와 학비가 필요해 평소에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고 방학에는 다른 일거리를 찾느라 여유가 없었다.
인문계보다 취업 기회가 많은 공학계열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론 해외 어학연수나 기업체 인턴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취업에 필요한 경험과 이른바 '스펙'을 갖추지 못할까 늘 염려스러웠다.
김군은 "소득이 낮은 집안의 학생들은 해외연수 같은 경험을 못하는데 이번 인턴십은 어느 정도 평등한 출발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고 패배의식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혜택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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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과 함께 해외인턴에 참여한 박양은 인턴을 마치고 한참 하반기 취업을 준비 중이다. 대학교 성적(학점)과 영어성적, 봉사활동 등으로만 취업을 준비해야 할 줄 알았는데 해외에서 실무 경험을 하고 나니 더 자신감이 붙는것 같다.
박양은 어렸을 때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대신 홀로 자매 둘을 키운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경제사정이 늘 넉넉하지 못해 사교육은 따로 받지 못했지만 저소득층 입시 전형으로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른바 명문대라서 그런건지 친구들 대부분이 여유있는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항상 원하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었던 그는 모자랄 것 없이 자라나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들의 모습이 한없이 부러웠다.
박양은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지만 노력해도 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힘들었다"며 "이번 경험이 결과적으로 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박양은 "학력과 소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 이대로 십년만 가도 (계층) 구조를 깰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며 "저소득층 청소년들부터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은 이같은 생각에 현재 저소득층 청소년생들의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아산나눔재단, "30%는 저소득층 선발"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산나눔재단의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시아, 중동, 유럽, 미주 지역에 퍼진 현대중공업그룹 회사의 현지법인에 파견돼 근무하는 프로그램이다. 항공료, 현지 체류비 등 모든 비용과 소정의 월급이 실습비로 지급된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한달 기준으로 1인당 최소 150~200만원이 지원된다.
지난해 말 1기 175명이 6개월간, 올해 7월에 2기 150명이 한달간 각각 인턴십을 수료했다. 해외인턴 프로그램에서만 100여명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은 셈이다.
개인 신상 보호를 위해 '저소득층' 선발자 명단을 별도 관리하지 않을 뿐더러 개인정보는 영구 삭제한다.
박지훈 아산나눔재단 글로벌리더팀장은 "사회 취약계층들은 특히 '스펙'이라 불리는 성적, 외국어 능력, 봉사활동 등의 경험에서 소외되기 쉽다"며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해외인턴십이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해외인턴 프로그램 뿐 아니라 해외봉사단 파견사업, 국제기구인턴 선발사업 및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책 전문가 양성사업(아산서원) 등 거의 전 프로그램에서 저소득층을 30% 선발하고 있다.
박 팀장은 "재단 설립 목표인 '글로벌 리더 양성'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