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처음으로 기업인들을 만난 26일.
첫 방문지는 재계의 '맏형'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아닌 '막내'격인 중소기업중앙회였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경제5단체 중 중소기업중앙회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박당선인이 처음이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로 예정됐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시간은 20분을 훌쩍 넘겼다. 오전 11시20분부터 전경련 방문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 및 소상공인과 대화 시간이 길어져 11시25분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예정보다 10분 이상 늦게야 당선인을 만날 수 있었다.11시 35분에서 12시15분까지 이어진 대화시간도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다.
대화를 마친 기업인들의 표정에서도 온도차이는 느껴졌다.
중소기업계 인사들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연내 통과, 시장불균형·거래불공정·제도불합리를 일컫는 '3불 문제' 해소에 대한 의지 표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중소기업 전문가 참여 검토 등 답변을 받아낸 데 대해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당선인이 중소기업 3불 문제나 부당이득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웃을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 총수들의 속내는 그리 편해 보이지 않았다.
이날 재계는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재검토해 줄 것은 작심하고 요청했지만, 당선인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생 노력을 해달라',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달라'는 말들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기업 지원'이나 '문화복지 지원 확대' 등 언급이 있었지만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할 정도로 힘을 실어준 중소기업계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졌다.
재계 총수들 역시 일자리 창출 노력 등으로 화답했지만 몇 번이나 박수가 터져나올 정도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담회와는 체감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선거를 마친지 얼마 안된 이상 박 당선인의 행보는 최대 경제 공약인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은 여전히 수출과 성장의 동력이다. 대기업을 위축시키는게 아니고 중소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게 진정한 경제 민주화이다.
당선인은 선거 과정중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의 삶을 챙기겠다"고 강조했었다. 어리고 약한 막내를 잘 챙기면서, 동시에 집안 기둥인 맏이도 다독거려야 하는게 어머니의 쉽지 않은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