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강국엔 '크루즈'가 없다…왜?

세계 1위 조선강국엔 '크루즈'가 없다…왜?

구경민 기자
2013.08.18 13:03

[생활 속 산업이야기<9>] 고급 인테리어 장식 수입 '원가부담'

[편집자주] 컨버전스의 확산으로 산업의 영역이 확대되고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구분됐던 명백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 이에 따라 새로운 용어, 제품과 산업영역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우리 생활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대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 일상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산업이야기를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산업구조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STX유럽, 크루즈선 '마그니피카호'./사진제공=STX
STX유럽, 크루즈선 '마그니피카호'./사진제공=STX

세계 1위의 조선강국인 한국이 아직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꿈의 선박', '조선업의 꽃', '바다 위 특급호텔'이라고 불리는 크루즈선 시장이다. 특히 크루즈 여행은 '여행의 로망'이라 불리면서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크루즈선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선종으로 초대형 유조선(VLCC)보다 9.1배 부가가치가 높다. 가격도 상당하다. 기존 국내 조선사들의 고부가 주력선종인 LNG선이 1척당 2억달러 후반인데 비해 크루즈선은 5억~1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크루즈선은 한 척도 없다. STX유럽이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 노르웨이 크루즈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한 것으로 순수 국내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세계 1위 조선국가인 한국이 왜 크루즈선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크루즈선은 '선박+호텔·레저' 개념인 만큼 기본적인 설계가 기존 선박 및 해양시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일반상선은 엔진이나 후판, 기자재 등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크루즈선은 엔진 등 일반 선박관련 기술뿐 아니라 초호화 인테리어 등에 필요한 고급 건축기술과 디자인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크루즈선의 뼈대와 몸통을 만드는 건조 기술 능력은 충분하지만 고급 인테리어 장식재를 공급 받을 협력업체가 국내에 전무하다보니 결국 기자재를 100% 해외에서 사와야 한다. 로열티를 지불하다 보면 원가 부담 등으로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크루즈선 제작은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472,000원 ▲3,500 +0.75%)관계자는 "크루즈선은 특급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문고리 하나도 유럽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수입해 써야 한다"며 "자재 수입을 위한 운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현재 크루즈선 제작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 조선사들이 크루즈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33,000원 ▼350 -1.05%)은 2009년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가 실시한 11억달러 규모 크루즈선 건조 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됐다. 당시 국내 최초로 100%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크루즈선을 제작하게 된 만큼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2년 넘게 건조는 커녕 본계약 조차 체결하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선주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지자 본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자재 조달의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가 크루즈선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돈이 되는 사업'이어서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종합 조선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크루즈선 사업이 동반돼야 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현재 목표는 2020년에 해양의 지존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크루즈 사업 등에도 진출 2020년 매출을 31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132,300원 ▼1,600 -1.19%)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종합 조선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크루즈선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며 "크루즈선은 바다 위의 특급 호텔이기 때문에 선박 건조시 고급 인테리어 기자재 산업 등 새로운 산업 인프라구축과 고용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어 진출해야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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