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형 이맹희씨의 화해 제안을 거절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삼성가 상속소송(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의 6회 변론기일에 대한 주요 매체의 보도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대부분 친형이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했지만 동생이 거절했다는 뉘앙스였고 독자들도 이 회장을 탓하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거부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애당초 맹희씨가 제안한 것은 조정이다. 중립적 제3자의 중재 없이 분쟁당사자가 자율적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화해가 아니라 민사조정법에 따라 협상을 전제로 한 조정이었고 이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조정 거부에 대해 이 회장의 변호인은 정통성 훼손과 삼성그룹의 이미지 타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삼성의 경영권 승계의 정통성과 원칙의 문제"라며 "단순히 가족, 형제간 문제를 넘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삼성의 영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맹희씨가 정말 동생을 끌어안고 화해를 하고 싶었다면 소취하라는, 보다 쉬운 길이 있지만 끝내 이 방법은 쓰지 않았다.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를 하고 싶어 하는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재판이 끝난 뒤 맹희씨 측 변호인은 '화해하기 위해 소를 취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보다는 피고 쪽에서 다 인정해줘도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화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맹희씨 측이 원한 화해는 순수한 형제간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상은 이렇지만 세상 사람들은 마치 동생이 형의 손짓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하며 반감을 갖고 있다. 이는 재판과 별개로 이 회장의 이미지에 또 한 번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12년 2월부터 2년 가까이 계속된 삼성가 상속재판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결심공판을 열고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항소심 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소취하가 없는 한 법원의 판단에 결과가 달려 있다. 조정 아닌 순수한 화해는 정녕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