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삼성·현대차공화국'? "진실은…"

대한민국은 '삼성·현대차공화국'? "진실은…"

오동희 기자
2014.01.13 16:09

국가 GDP와 기업 매출 비교 '통계오류'…'반기업정서'만 양산

잘못된 통계들이 한국 경제의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벌 vs 반재벌'의 프레임에 빠진 통계 착시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경제 운영을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경영성과 평가기관인 A사는 2012년 GDP(국내총생산)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전문사이트인 B사는 2012년 기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합계가 43조원으로 국내 기업 전체 영업이익(141조7000억원)의 30.4%에 달한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삼성과 현대차에 대한 경제력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삼성-현대차공화국'이라는 말로 꼬집는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경제활력 저하의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국부를 창출하고 있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부정확한 통계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을 일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GDP와 매출의 이상한 비교=GDP와 매출은 단순 비교가 안되는 수치다. GDP는 한 나라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생산 활동을 통해 창출한 부가가치의 총계다.

부가가치란 원가를 제하고 덧붙여진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원가를 포함하는 매출과는 다르며, 해외생산까지 포함하는 매출과도 구별된다. 당연히 매출은 부가가치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데, 매출/GDP는 100%가 넘어 비중으로 나타낼 수 없는 수학적 오류가 있는 산식이다. 두 수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A사는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매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 2개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의 합이 65%가 돼야 전체 100%가 맞지만, 사실은 이들을 합친 기업들의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0~190%가 넘는다. 통계의 오류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통계를 기반으로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10년 중소기업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달한다.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5%다. 둘을 합치면 190%를 넘어선다.

또 2008년에는 중소기업의 매출은 GDP의 112.7%, 2009년은 118.4%이며, 10대 그룹의 GDP 비중은 각각 61.2%와 60.7%다.

삼성과 현대차 등 두 그룹의 매출이 GDP의 35%로 전체 경제의 1/3 이상을 차지한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까운 통계의 오류라는 얘기다.

실제 2012년 국내 전체 법인 매출 4212조원 중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11.3%인 476조8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의 1/3 이상인 35%라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계의 함정, 영업이익 비중의 오류=재벌사이트 B사는 2012년 기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합계는 43조원으로 국내 기업 전체 영업이익(141조7000억원)의 30.4%에 달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극단적으로 예로 A, B, C 3개 회사가 있고 A사는 이익이 100원, B사는 적자가 50원, C사는 적자가 49원이라고 하면, 전체 이익은 1원이다. 따라서 A사는 전체 이익 비중보다 100배가 많다. 이익 비중은 1만%다.

반면 B사와 C사가 각각 100원씩 이익을 내면 A사의 이익에는 변화가 없지만 전체이익은 300원으로 늘어나고, A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3.3%다. 영업이익의 비중은 다른 기업들이 잘할 때 오히려 떨어진다.

동일한 이익을 남기는 A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B나 C사가 잘하면 당연히 편중도도 줄어든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통계는 시장을 국내로 한정해놓고, 시장 파이가 제한돼 있을 때 삼성과 현대차의 이익 비중이 높으면, 다른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전형적인 통계의 오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매출과 이익의 70~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삼성과 현대차의 이익 집중도를 줄이라고 한다면 결국 해외에서 팔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차 같은 기업 4-5개는 더 나와야"=재계는 삼성과 현대차의 경제력 집중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삼성전자(167,800원 ▲2,000 +1.21%)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더 많이 나와서 이 같은 경제력 집중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착취하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통계적으로 보면 독립 중견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협력 중견중소기업들의 이익률이 더 높아 이 또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같은 통계의 오류에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삼성과 현대차의 경제력 집중도를 점검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런 글로벌 기업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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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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