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월급을 받으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 주택 청약금도 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한 대기업 인턴사원이 첫 월급을 받은 소감이다.
그는 아직 한시적인 인턴 신분이다. 공채를 통과해야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데 정식 사원이 되는 비율은 10% 남짓이라고 한다. 첫 월급은 입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이다. 은퇴를 앞둔 7080세대의 애뜻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함도 담겨 있다.
이들의 희망을 풀어 줄 일자리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500대 기업의 대졸 채용 문은 지난해 보다 더 좁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경제 회복 흐름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통상임금이나 정년 연장 등 기업들의 느끼는 부담이 작지 않아서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포함해 투자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기업 투자 예정액이 150조원 정도로 지난해와 비슷한데 해외로 나가는 것이 30% 가량이다. 국내로 투자를 늘려야 고용도 증가하지만 노동환경 규제가 많고 해외 투자가 낫다는 인식으로 인해 U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라 밖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대한상의 조사에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절반 이상이 한국 투자 여건이 여전히 열악하다고 답했다.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56.7%에 달했으나 나머지 가운데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보다 줄이겠다는 곳이 더 많았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로 노동이나 환경 규제를 꼽는다. 이런 부담으로 생산설비 이전을 검토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는 비용을 따져 인기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신 유럽 공장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임금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현지 정부가 고용유지 인센티브를 포함해 상당한 혜택을 제공, 현지 생산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기회가 있다면 기업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달려든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가진 신년 회견의 한 대목이다.
독자들의 PICK!
박 회장은 국내의 열악한 투자 환경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그는 투자의 GDP(국내총생산) 기여도가 떨어지고 정부 지출도 재원이 모자라니 성장의 출구를 내수 진작, 그리고 고용 승수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과감하게 늘릴 수 있도록 규제나 여건을 바꿔준다면 아직은 고용이 확대될 여지는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지난해 GDP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4분기 실질 GDP성장률(전기 대비)은 0.9%로 전 분기(1.1%)보다 떨어졌는데, 무엇보다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투자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연간 성장률(2.8%)이 3년 만에 반등하며 한은의 애초 예상치에도 부합했던 것은 수출이 탄탄하게 증가하고 민간소비가 꾸준히 늘어난 가운데 건설투자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덕분이었다. 국고가 빠른 시일내 채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성장세라도 지켜나가려면 내수, 곧 민간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리는 게 최선책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8%다. 문제는 이 '목표'마저 달성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 만으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선진국 경기회복을 근거로 세계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지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한 내수산업 진작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기존 정책을 열거하는 수준 이상의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 차라리 국회와 협의해 고용 관련 규제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풀어내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게 7080 세대가 월급봉투를 더 받는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