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명절 스트레스 보고서

남자들의 명절 스트레스 보고서

서명훈 기자
2014.02.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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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명절은 스트레스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고향 풍경과 부모님, 친지들 생각에 고향 가는 길은 항상 설렘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 안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형님은' 혹은 '동서는'으로 시작하는 아내의 레퍼토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장남인데 용돈은 얼마밖에 안 드렸다" 둥 "나는 설거지를 몇 번 했는데 누구는 몇 번 했다"는 얘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다만 감시자들 뺨치는 관찰력과 기억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까지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여자들만의 세계다보니 딱히 아는 것도 없고 피부로 와닿지도 않는 주제여서 맞장구만 잘 맞춰주면 된다. 결혼 5년차 이상이면 이 정도 내공은 쌓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돈' 문제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행히도 누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했다거나 새 차를 뽑고 나타난 경우라면 더욱 더. "우리는 언제 저런 집에 한번 살아볼까"는 애교에 가깝다. "언제 저런 집에 살게 해줄 거야, 저런 차 태워줄 거야"라고 묻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성에서 온 여자들은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알 수가 없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이 말을 들으면 배신감이 몰려온다. 월급통장은 이미 넘겨준 지 오래고 소득수준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하는 말이기에 더 그렇다.

'나보고 어디 가서 도둑질이라도 하라는 소린가, 이제부터 매주 로또를 사야 하나.' 차들로 엉켜있는 고속도로마냥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땅의 많은 남편이 차라리 처갓집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년손님 사위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장모님이 계시고 누가 설거지를 몇 번 하는지 살필 필요도 없다. 다른 사위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면 마음 놓고 낮잠을 자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간혹 복병은 있다. "김 서방은 이번에 부장 승진했다던데 자네도 내년에는 승진해야지." 장인어른 말씀은 분명 덕담이지만 하필 기업들 인사 직후에 설 명절이 돌아오는 게 원망스럽다. 여기에 아무 생각 없는 누군가는 "지난해 보너스가 100만원이나 줄었다"는 얘기를 보탠다. 100만원이라도 보너스를 받아봤으면 하는 사위가 더 많지 않은가.

올 설에도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행복=성취도/욕망'이라는 공식을 곱씹는다. 행복해지려면 성취도를 높이거나 욕망을 줄여야 한다. 성취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욕망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욕망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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