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원발의 규제입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기고]의원발의 규제입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02.24 06:00

넘쳐나는 규제, 과도한 규제로 한국경제가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는 최근 6년간 평균 성장률 2.8%로 침체돼 있지만 규제총량은 이와 달리 연평균 6.3%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경제 침체기에도 규제는 독한 생존력을 보이며 자기 증식을 거듭하는 중이다.

규제의 총량이 많고,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 함량 미달의 불량 규제가 많은 게 더 큰 문제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주된 이유는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권익, 또 다른 한편으로는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진작시켜 국민경제를 지속발전 시키고자 함이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진입규제나 가격규제와 같이 정부가 앞장서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들이 3분의 1 가량이다. 특정 직역·계층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대신에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득(political income)을 챙길 목적으로 만든 정치성 규제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시장의 문제를 정치논리로 규제하는 법령 제·개정이 늘면서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불씨를 살리려면 더 늦기 전에 규제피로 증후군을 치유해야 한다. 불량규제는 혁파하고 제도상 미흡은 개선해야 박근혜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 조성도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해서 부쩍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으나 지난 1년 동안에도 규제 총량은 약 500개 늘었다.

무엇이 규제환경 개선을 이토록 어렵게 만드는가. 대통령의 서슬 퍼런 의지에도 성과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더하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려운 규제행정 체계가 문제의 한 원인일 수 있다.

법령에 정한 규제사무에 따라 행정부처의 업무가 분장돼 있는 시스템에서 각 부처는 규제사무를 추가하려는 동기가 강하고, 기왕의 규제권한을 놓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무원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부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역은 따로 있다. 법령의 제정과 개정을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입법부, 즉 국회이다. 국회는 규제의 신설·강화에 능하고 매우 열심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태의 본질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기에 앞서 일단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법안부터 제출하는데 여야가 따로 없다.

참고로 프랑스 의회에서 최근 5년간 발의한 법안의 수는 6832건이며, 이중 475건이 최종 가결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19대 국회는 채 2년도 활동하지 않았음에도 8800건을 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 중 914개를 통과시켰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다른 일도 바쁜데 이 많은 법안의 타당성을 따져 가며 규제입법을 만드는 일에 너무 혹사당하고 있지는 않은 지 국민인 내가 오히려 걱정이 든다.

국회를 규제개혁의 관건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의원 발의 법안의 경우 사전에 규제영향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부 발의 법안의 경우 규제의 신설·강화에 따른 편익과 비용 분석서를 첨부해 부처 내 위원회에서, 그리고 국무총리실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단계별로 심의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 의원발의 법안은 이런 절차가 없기 때문에 규제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열악한 규제환경을 개선하려면 행정부보다 국회가 책임지고 앞장서야 한다. 대부분의 규제사무는 법령에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개선하려는 행정부의 어떤 노력과 약속도 법령이 바뀌지 않으면 공염불로 그치기 마련이다.

작년 9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발의 입법에도 사전에 규제영향분석서를 첨부하도록 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도 이 때문이다. 입법권 행사에 의원 스스로 자기정화 장치를 도입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규제 스트레스에 질식하고 있음을 생각하고, 열악한 규제환경의 1차적 책임이 국회에 있음을 통감해 빠른 시일 안에 의원 스스로 자율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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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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