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섀도보팅 폐지…최대주주 지분 낮은 중소형 상장사 경영차질 우려
"올해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도움으로 주주총회를 무사히 마쳤지만, 정말 내년이 걱정된다."

코스닥 상장 전자업체인 A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A사는 최근 예탁원이 '섀도보팅'(Shadow Voting)으로 5% 가량의 부족한 정족수를 채워주면서 주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당시 주총은 보통결의로 정족수 25% 이상(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섀도보팅은 상장사 주총이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지 않도록 예탁원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임의로 행사해주는 제도다. 상장사가 섀도보팅을 신청하면 예탁원은 부족한 정족수만큼 위임장을 제공하고, 이는 주총 결과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배분되는 방식이다.
A사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중반으로 적은 편이고, 나머지 지분도 대부분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주총 때마다 회사 내 재무인력들이 총동원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총 참여를 독려해야한다. 다행히 그동안은 섀도보팅 덕분에 매년 4∼5% 정도 부족한 정족수를 채우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년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섀도보팅이 전면 폐지된다. 기관들의 지나친 경영간섭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A사의 사례처럼 주총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기관 등 장기투자자들이 많아 섀도보팅이 폐지되더라도 주총 정족수를 채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중소형 상장사들은 A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정족수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벌써부터 중소형 상장사들이 내년 주총 걱정에 시름하는 이유다.
현재로선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정족수 미달로 주총을 열지 못하거나, 주요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중소형 상장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감사선임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섀도보팅 폐지를 돌이킬 순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하루라도 빨리 이로 인해 중소형 상장사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전자투표제 활성화 방안 등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