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에 1대씩…LG전자 창원공장은 지금 '전쟁터'

12초에 1대씩…LG전자 창원공장은 지금 '전쟁터'

창원(경남)=정지은 기자
2014.06.19 15:00

[르포]창원공장 에어컨·제습기 생산라인 가보니

18일 경남 창원 성산동 LG전자 창원2공장 RAC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18일 경남 창원 성산동 LG전자 창원2공장 RAC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나부터 변하자. 고정관념은 파괴하자. 개선은 무한하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약 370㎞ 떨어진 경남 창원 성산동LG전자(108,300원 ▼500 -0.46%)창원2공장. 지난 18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약 3시간 만에 도착한 이곳 RAC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이같은 슬로건이 공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RAC생산라인은 LG전자 에어컨과 제습기를 담당하는 AE사업본부의 심장부다. 11만4000평형(약 38만㎡) 규모인 창원2공장에서 3분의 1(건평 기준)을 이곳이 차지한다. 국내용 에어컨 및 제습기 700여 개 모델이 모두 이곳에서 나온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요즘은 RAC생산라인이 연중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 10개 생산라인이 풀가동돼 15초에 스탠드형 에어컨 1대씩, 12초에 제습기 1대씩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라인, 전쟁터 따로 없네

"전쟁터가 따로 없어요." 이곳에서 만난 진심원 LG전자 RAC연구담당 상무의 말 한 마디에는 요즘 생산라인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진 상무는 "성수기를 앞두고 4월부터 6월까지 생산이 집중되니까 잔업까지 포함해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에어컨 생산라인 A2동 입구에는 LG전자의 주요 에어컨과 제습기 39대가 진열돼 가전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국내 제품만이 아니라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중동 등에 수출하는 해외용 제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진 상무는 "전시 제품 중 일부는 중동이나 중남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유로 가격을 10% 높게 쳐 준다"며 "해외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깐깐한 공정을 거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A2동 1층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50여 개 협력사에서 만든 부품들이 한 데 모여 있었다. 이 부품들이 조립에서 제품전수 성능검사, 포장, 출하 등 50여 개 공정을 통과해 온전한 에어컨, 제습기로 탄생한다. 생산라인의 길이는 각각 120m에 달했다.

이곳에선 LG전자의 올해 주력 에어컨인 '손흥민 에어컨'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에어컨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열교환기를 장착하고 각종 전선과 PCB 등을 조립했다. 전장물을 취급하는 공정에선 정전기로 인한 제품 불량을 방지하기 위해 라인 곳곳에 가습기도 가동했다.

특히 제품전수 성능검사는 기능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전원을 켜서 실제 사용 조건에서도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공정은 준비작업에서 기능검사, 소음 및 진동검사 등 3단계로 나뉜다.

에어컨 옆쪽에 놓인 제습기 생산라인에선 LG전자 주력 제습기인 '칼라하리 제습기' 생산이 한창이었다. 이 생산라인은 당초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난해 10월 제습기 라인으로 변환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창원1공장에서 생산한 국내산 컴프레서를 가져와 이곳에서 조립하고 있었다.

이 생산라인은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산품목을 바꿔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습기 수요가 많은 때에는 제습기 라인을 늘리고 에어컨 수요가 많으면 에어컨 라인을 늘리는 방식이다.

◇최첨단 자동화 시설로 불량률 제로 도전

이들 생산라인에선 자동화 시설이 단연 눈에 띄었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창원2공장에 무인자동차 시스템을 적용했고 올해부터는 포장 공정까지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부품을 실은 무인자동차가 바닥에 매립해둔 칩을 따라 공장을 분주히 돌아다닌다. 포장도 로봇이 빠른 속도로 척척 해낸다.

이종주 RAC제조팀장 부장은 "포장로봇은 직원 3명이 하는 일을 더욱 빠른 속도로 보다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자동화와 무인화 공정을 계속 확대하며 생산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일을 로봇에 맡겨두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자주순차(自主順次)'라는 개념을 공정에 투입해 불량률은 낮추되 품질은 높이고 있다. 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해야 할 공정과 앞사람(직전 단계)의 공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불량을 검사한다.

제습기 생산라인에는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게 큼지막한 글씨로 '최적화 라인 구성으로 품질 20%, 생산성 30% 향상'이라는 목표를 적어두고 있었다.

이 부장은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불량률 100PPM(100만개 중 100개 불량) 이하를 목표로 엄격한 품질경영을 적용하고 있다"며 "노력 결과 지난해 대비 품질이 개선돼 불량 발생 수가 훨씬 줄었다"고 강조했다.

◇제품 소음 낮추는 비결은 '소음진동센터'

이곳에서 차량을 이용해 5분 정도 이동하면 '소음진동센터'가 있다. 소음진동센터는 제습기 소음을 측정하는 실험실로 199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바닥까지 소리를 반사하지 않는 '무향실'부터 음이 울리는 '잔향실'까지 있다.

윤상연 책임연구원은 "주로 개발 단계에서 수백 차례 실험을 진행한다"며 "이 설비를 갖춘 곳이 창원2공장에만 6곳이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제품 소음에 민감하기 때문에 집요하게 실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정속형 제습기 신제품의 소음을 지난해(38dB)보다 4dB 줄인 34dB 수준으로 구현한 것도 이곳의 역할이 크다고 귀띔했다.

18일 경남 창원 성산동 LG전자 창원2공장 RAC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휘센 손흥민 에어컨'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18일 경남 창원 성산동 LG전자 창원2공장 RAC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휘센 손흥민 에어컨'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10평형 규모의 '무향실'에 들어가는 순간 주변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있는 인버터 제습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작게 들릴 뿐. 공간 6개면이 99.9% 흡음제로 되어 있어 울림이 없다. 외부 소리를 차단한 채 제품에서 1m 떨어진 지점에 마이크를 두고 소음을 측정한 결과 30~31dB(데시벨)이 나왔다.

LG전자는 이곳에서 습도와 온도를 다양하게 조절하며 실험을 진행한다고 했다. 제습기는 주변 온도나 습도에 따라 소음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환경을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용하다는 도서관 소음이 보통 35dB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윤 책임은 "31dB도 일상생활에서 귀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지만 이보다 더 소음을 낮추는 게 목표"라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공장을 나오는 길에도 붉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글로벌 넘버 원'이라는 슬로건이 보였다. 사업장 곳곳에 적힌 강렬한 구호에서 이 생산라인의 역할과 의미가 크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정원 RAC사업담당 상무는 "명품 제품을 만들기 위해 까다롭고 정교한 생산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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