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화학·방산 '빅딜' 이어 삼성전자 자사주·제일기획 지분 매입 '전광석화'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마하(소리의 속도) 경영’을 계승해 ‘광속경영’으로 한 단계 진화시킨 셈이다. 마하 경영의 핵심이 혁신이라면 광속 경영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삼성은 26일 숨 가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비주력 계열사인 화학과 방위산업을 ‘원 샷’에 정리를 끝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력 사업은 전자와 금융·서비스, 건설· 중공업 3대 분야로 재편되게 됐다.
이날 오후에는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가 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오는 27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보통주식 165만주와 우선주 25만주를 장내매수할 예정이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약속한 ‘주주 환원 정책’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책”이라며 “주가 안정을 통해 투자자들과 항상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분기에 배당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제일기획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가운데 10%인(1150만주)를 220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지분율은 12.6%로 상승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지분 인수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제일기획 입장에서는 2000억원이 넘는 투자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또 다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한 셈이다.
앞서 제일기획은 영국의 마케팅 전문 광고대행사인 아이리스 월드와이드(Iris Worldwide)의 지분 65%를 432억7225만원에 인수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지분 인수가 “제일기획이 글로벌 광고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에 대한 지배력도 한층 강화됐다. 제일기획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지분율이 12.64%로 낮은 편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18.6%에 그쳐 지배구조가 취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지분인수로 우호 지분율이 30%에 육박, 적대적 M&A 등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독자들의 PICK!
삼성의 이같은 행보를 분석해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광속 경영은 ‘선택과 집중’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가지 화두로 수렴하는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의 행보는 예전보다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진 듯한 인상을 준다”며 “이날 한화와의 빅딜이나 자사주 매입 등은 이 부회장의 패기와 미국 유학 생활에서 체득한 주주 중시 경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