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라이터' 없앤 부생가스복합발전소를 가다

'박태준 라이터' 없앤 부생가스복합발전소를 가다

광양(전남)=김훈남 기자
2014.11.27 06:09

[르포]탈질설비 없이도 오염물질배출 기준치 이하…안정적 매출 포스코에너지 효자

과거의 제철소나 화학공장, 원유정제시설의 굴뚝에서는 커다란 불꽃(플레어스택, flare stack)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공정 중 발생한 먼지 등 불순물을 태우는 것으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과정이다. 공장에 따라 24시간 불순물을 태우는 곳도 있었다.

포스코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겨냥해, 이를 '박태준 라이터'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제철소에 대한 기피 심리와 반(反) 대기업 정서가 섞인 별명이다.

요즘 산업단지에선 이 '라이터'를 보기 어려운데, 기업들이 그동안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온 노력의 결과다. 포스코의 경우 쇳물을 만드는 고로에서 나온 폐가스인 '부생가스'를 전기로 바꾸는 부생가스복합발전소로 박태준 라이터를 없앴다.

지난 24일 전남 광양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문을 지나 차량으로 10분정도 이동하면 제철소 내 발전단지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배관과 보일러 시설을 지나, 단지의 맨 끝에 2010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포스코에너지의 광양부생가스복합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생가스는 고로에서 한번 열을 가해 나오는 만큼 열효율이 LNG(액화천연가스)의 10%에 못 미치는 800~900Kcal 수준이다. 먼지를 비롯한 각종 불순물이 섞여 있어 그대로 가스터빈에 넣을 경우 터빈 날개에 붙어 발전효율을 떨어트리고 터빈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처리과정 없이 내보낼 경우 대기오염의 주범이 된다.

광양부생가스복합발전소에선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혼합하고, 집진기로 불순물을 거른다. 이를 가스압축기에 넣어 고압가스로 만들어 가스터빈을 돌리는 게 다른 복합발전소에서 볼 수 없는 포스코에너지의 기술력이다. 광양 6만가구의 12배에 달하는 70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조병련 광양발전부장(상무보)은 "비행기의 엔진을 고정시켜 터빈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불순물제거는 이륙직전 새를 쫓는 것에 비교할 수 있고, 연료와 공기를 압축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원리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비행기가 추진력을 얻는다면, 부생가스발전소는 터빈을 돌리는 힘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복합발전소에 없는 가스정제, 혼합, 압축과정이 붙은 만큼 공사비용도 50%가량 비싸졌다. 대신 타 발전소 대비 10%높은 46%의 발전효율과 오염물질 저감 효과를 얻었다.

포스코에너지 광양부생발전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에너지 광양부생발전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에너지

1호기 내 사무실 3층에 위치한 운전실로 들어섰다. 실시간으로 생산하는 전력량과 오염물질 배출량이 전면 상단 모니터에 표시됐다. 1호기 23ppm, 2호기 20ppm. 기준치인 40ppm의 절반 수준이다.

조 부장은 "탈질 설비 없이 오염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줄인 것"이라며 "LNG발전이 식당에서 잘 차려진 밥을 먹는 것이라면 부생발전은 돌하고 섞인 쌀을 받아 안전한 밥을 해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양부생복합발전소는 한국전력에 전력을 공급하고, 한전은 광양제철소 전력의 2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정부의 통제에 따라 전력을 생산하는 민간 발전 회사는 전력소모량에 따라 매출이 좌우된다. 올해처럼 여름이 덥지 않고 겨울이 춥지 않을 경우, 실적부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부생가스복합발전소는 생산단가가 싸고 전력수요가 확실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포스코에너지의 '효자'다. 이 같은 장점 덕에 포스코 그룹은 광양과 올해 준공한 포항부생가스복합발전소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제철소에도 부생가스복합발전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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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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