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보도로 기업과 경영자 흔들어…무분별한 외신베끼기도 문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이 시점에서 2주전 삼성의 인사 및 조직개편과 관련된 '저명한 외신' 보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은 보도와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amsung Considering Shake-Up in Management: Co-CEO B.K. Yoon May Assume Leadership of Mobile Division'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WSJ 한글판 제목은 '[단독]삼성전자 경영진 지각변동, 윤부근 사장 모바일 총괄 가능성'이었다. 원래 한글 제목은 "삼성전자, 윤부근 1인 단독대표 체제"에서 수정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익명의 소식통 입을 빌어 쓴 이 기사의 핵심은 IM(IT·모바일) 부문의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대표 이사직을 잃고, 소비자 가전 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이 모바일 사업 부문도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익명의 소식통의 입을 빌어 전했다. 당시 이를 본 업계 관계자들은 팩트가 없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이 기사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답지 않은 기사라는 평을 내놨다.
삼성 내부에서조차 당시 WSJ에 "익명의 소식통이 신뢰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인사 및 조직개편 내용)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만약 그런 말을 했다면 신뢰할만한 소식통은 아닐 것이다"라며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사의 생명은 팩트(FACT)인데, 어느 하나도 명확치 않은 가능성으로 이미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사실상 교체하고, IM 부문을 CE(가전) 부문에 뭉쳐놓는 등 사업부문을 흔들어 놓은 셈이었다. 그 당시 삼성 내부 분위기는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혼란에 휩싸였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는 180도 달라졌다.

인사 발표가 있었던 1일 기사에는 '삼성 사장단 인사:삼성전자(292,500원 ▼7,000 -2.34%)3대 부문장은 유임'의 제목을 달았고, 2일에는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신종균 사장…유임 이유는?(원제목: Top Samsung Executives Remain in Roles Amid Management Changes)'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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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하다는 WSJ의 '신종균 사장 경질 가능성'과 조직개편 기사가 틀린 것으로 드러난 시점의 기사다.
후속기사에선 첫 기사에서 정보를 제공했던 '익명의 소식통'이 취재가 잘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WSJ는 기사의 여러 곳에서 "취재를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거나 알려주지 않았다"라고만 할 뿐 기사제목과 관련해 정작 신사장이 유임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WSJ의 지난달 보도 이후 국내 언론들은 앞다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저명한 외신'이라는 이름을 달아 '베껴 쓰기'에 바빴다. 사실과 다르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WSJ의 당시 보도 이후 머니투데이 내부에서도 이를 추종 보도해야 할지의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삼성 내 최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해 신 사장의 경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WSJ를 인용보도하지 않았다.
외신에 대한 맹목적 추종보도의 씁쓸한 단면은 이번 삼성 인사에서도 확연이 드러났다.
문제는 부정확한 가능성으로 대표의 경질이나 조직의 해체를 거론한 이후 인사가 결정될 때까지의 1주간, 이유 없이 흔들렸을 삼성 내부 조직에 대한 피해나 그 이후 잘못된 보도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나간 보도라도 우리가 다시 되돌아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