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한 치라도 방심할 틈이 없어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 보상으로 최근 연봉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은SK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직원을 만나 부러움을 표하자 돌아온 '겸손한' 답변이다. 하지만 그 겸손 속에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의 노련미가 묻어나온다.
이런 호실적을 이끈SK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의 박성욱 사장도 요즘 유독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들뜬 축제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려는 의도도 있지만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았다간 곧바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이는 수사적 표현이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온 혜안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SK하이닉스는 어느 기업보다 곡절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12년 전까진 늘 비상 상황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빅딜'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과도한 빚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며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당시 일각에서 해외매각도 추진했지만 '하이닉스 사람들'은 "우리의 자존심과 혼을 담보로 맡기겠다"며 이를 막아섰고, 그 말 그대로 혼연일체가 돼 땀을 흘린 결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다.
몇 년에 걸쳐 자발적인 임금동결과 임원감축 등 고난의 행군을 함께 견뎌냈다. 연구원들은 중고 장비를 고쳐 써가며 기술력을 높여 어디에 가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키웠다. 자존심이 자양분이었다.
2005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주변 상황은 만만치 않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살아났다. 2012년 새 주인이 된 SK그룹의 든든한 실탄 지원(투자)까지 더해져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한때 한국경제의 ' 미운오리'로 불렸던 SK하이닉스는 이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든든한 효자'로 거듭났다. SK하이닉스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경구를 실제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 셈이다. 미래에도 계속 '살아남기 위해' 늘 위기의식을 품으며 전력 질주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의 다른 '미운 오리'들이 어떻게 부활하느냐다. 많은 기업들이 IMF 때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은 없었다. 안으로부터 어떤 노력과 혁신을 해야 할 지 고민할 때다. 위기의 기업들과 그 구성원들이 SK하이닉스 '부활의 법칙'을 눈여겨 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