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전력시장,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이장폐천(以掌蔽天)

[우보세]전력시장,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이장폐천(以掌蔽天)

홍정표 산업1부 차장 기자
2016.10.05 06:08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소비자들은 생산과정에 하자가 있더라도 비슷한 효용을 준다면 값이 싼 제품을 선호한다.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도 지금 당장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전력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준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주요 발전원 단가는 원자력 5원, 석탄 35원, LNG(액화천연가스) 75원이고,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덕에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이 밀집해 있는 경북에 진도 5도 이상의 강진과 수백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사고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안전을 비롯해 방사능 폐기물 처리, 송전망 건설 등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전이 결코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란 인식도 자리잡기 시작했다.

1978년 4월 고리발전소 1호기에서 출발한 국내 원전은 현재 연간 전력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원전으로 생산된 값싼 전기는 기업과 가정 살림에 보탬을 줬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발전 비중 증가와 지역 편중성은 그냥 지나칠 단계를 넘어가고 있다.

현재 경북 울진과 영덕에 4기가 건설중이고, 부산과 울산에 4기가 추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원전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원전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총 18기도 경북 울진과 경주, 경남 기장에 몰려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밀집도이다.

주로 해안가에 지어지는 원전은 해당 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해 송전망을 타고 수요가 많은 수도권 등으로 보내진다. 이를 위한 송전망 건설은 장시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환경 훼손도 심각하다. 타 지역을 위해 원전 지역 주민을 희생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는 가늠조차 불가능하고, 피해가 복구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전기가 필요한 지역 인근에 건설되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전력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LNG발전 단가가 더 낮고, 공기업 한국전력이 적정 이익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LNG발전 전력 구매 비중을 높이면 현재 수준의 값산 전기 이용이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력시장 독점 사업자인 한전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지금이 사회적비용 고려 없이 만들어진 후진적 전력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적기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경험했듯이 단 한번의 사고가 해당 지역을 회생 불가능한 곳으로 황폐화시킨다. 원전비중이나 발전용량은 넘치지 않게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과유불급). 발전 단가만 낮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장폐천)으로 일관해서는 전력시장 합리화는 불가능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