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거센 가운데 한국 완성차업계가 유럽 규제 변화를 계기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이 전기차 핵심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경쟁도 격화된 상황이지만 현지화 전략과 라인업 확대로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포석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명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부가가치의 70% 이상이 현지에서 창출된 차량에만 혜택을 주는게 핵심 골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비중국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끌어올린 중국 업체를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계 업체에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BYD는 올해 2분기 헝가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으나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CKD(반조립 제품) 생산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 70% 부가가치 기준 준수 여부가 불투명하다. 터키 공장 역시 건설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터키가 EU 회원국이 아니어서 역내 생산 실적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내수 수요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출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BYD는 전년 대비 141.8% 급증한 62만7000대를 팔아 치우면서 현대차그룹(60만9000대)을 제치고 판매량 3위에 올라섰다. 현대차(509,000원 ▼4,000 -0.78%)그룹이 연간 전기차 판매량에서 BYD에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중국업체와 달리 현지 생산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아(171,800원 ▲1,800 +1.06%)에는 유럽의 규제가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해 8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EV4 생산에 이어 지난달에는 현지 전략형 모델 EV2 양산에 돌입했다. EV2는 2만유로 후반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데다 보조금 수혜까지 더해지면 유럽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전동화 전환이 비교적 빠른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유럽 생산 거점인 체코공장은 오는 11월 현지에 선보일 신형 모델 양산에 들어간다. 2023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코나 일렉트릭 2세대 모델의 현지 개발 비중이 50%였던 것과 비교해 이번 신차는 이를 75%까지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은 과제로 남았다. 실제로 인센티브 지불 규모가 급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인센티브 증가분 2조1800억원 중 약 1조원을, 기아는 1조5000억원 중 약 7000억원을 유럽 시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가 지난해 하반기 유럽에서 EV4와 EV5를 출시했으나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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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독일·영국 등 주요국 정책 지원에 힘입어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전기차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12월 50만7300대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며 성장세가 다시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달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내수 판매가 20% 급감했고 미국은 전기차 세제 지원을 줄이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중국 업체에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반해 국내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국내 생산 물량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