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계 총수들 진땀-국회의원들 호통 질의

재계 총수 9명을 한 자리에 모은 사상 초유의 국정조사 청문회 역시 새로운 사실규명보다는 호통과 딴청이 오가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6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고성으로 재계 총수들을 몰아세웠다.
심지어 전국경제인연합 해체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서 총수들에게 일제히 학생들처럼 손을 들게 하는 '거수 답변'을 '강요하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총수들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는 바가 없다" "검찰 수사중" 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며 즉답을 피했다.
0…청문회가 열린 이날 국회는 총수들을 비롯한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붐볐다.
오전 10시 청문회가 시작되기 1~2시간 전부터 국회 방문센터에는 출입증을 수령하기 위한 각 기업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총수들의 입장 예상 경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방송카메라 기자와 사진기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국회를 견학 온 학생들은 진풍경을 보며 신기해했다.
총수들이 입장 때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몰려 큰 혼잡도 빚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소속 재벌구속특별위원회(재벌특위)' 관계자 10여 명은 '재벌총수 구속' '전경련 해체'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국회 경호 관계자들이 제지하고 나서며 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민적 관심에 청문회를 생중계한 국회방송의 시청률은 0.254%로 전체 135개 채널 중 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회방송 홈페이지가 이용자들의 접속 폭주로 먹통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0…일부 기업은 국회 출입절차를 무시하고 직원이 미리 대리수령한 출입증을 총수에게 전달하는 의전을 진행해 빈축을 샀다. 국회 방문규정에 따르면 국회 방문자는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방문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해야 한다.
대부분 절차를 준수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분증을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대리 수령해 달아줬다. 신 회장은 신분증을 받은 후 자동문을 열고 다시 가슴에 달고 입장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게이트 앞에서 직원에게 출입증을 받은 후 입장했다.
0…정의선 기아자동차 부회장은 부친인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건강을 우려, 직접 부친을 수행했다. 1938년생인 정회장은 이번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인 증인 중 최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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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건강을 걱정해 다른 재계 총수들이 실무 임원진과 함께 한 것과 달리 직접 아버지를 따라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고령인 점이 걱정돼 정 부회장이 직접 함께 국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0…청문회에서 참여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일부 총수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듯한 내용의 쪽지를 김성태 위원장에게 건네는 장면이 포착됐다.
쪽지에는 '정몽구(현대차그룹), 손경식(CJ그룹), 김승연(한화그룹) 세 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고 지금 앉아 계시는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됩니다. 오후 첫 질의에서 의원님들이 세 분 회장 증인에게 질문하실 분 먼저하고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올해 79세로 이날 증인 중 최고령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9년 초 심장질환으로 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인근에 의료진과 구급차도 대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77세로, 올해 폐암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문제로 장시간 앉아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사전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0…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 증상을 언급하며 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이 국조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신 회장을 만나 가장 먼저 신 총괄회장의 안부와 건강문제를 물었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95세의 고령에 여러 가지 노환으로 심신이 약해졌으며 치매증상 등으로 많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0…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 출석한 총수들에게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분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손을 들자 안 의원은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일부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