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 담은 약속들이다. 그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평등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상식적이지 못했는지, 이 문장은 "감동받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지인들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덮었다.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다. '탈권위 행보'에 '파격 인사', '과감한 개혁 조치' 등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최근엔 '119 구급차'에 길을 양보한 대통령의 의전 차량 행렬과 연차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 내려가 휴식을 취한 것도 '대서특필'됐다.
이런 모습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열광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평등'과 '공정', '정의',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아직도 '비정상의 정상화'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절실한 염원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자동차세 과세기준 변경 문제도 그런 시각에서 한번쯤 들여다봐야 할 과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동차세는 배기량(cc)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차 값이 차이가 나더라도 배기량만 같으면 동일한 세금을 내는 구조다.
실제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판매 중인 최고급 SUV(다목적스포츠용차량) 'XC90 T8(플러그인 하이브리드)' AWD(사륜구동) 모델은 가격이 1억1020만원에 달하지만, 2290만원인 기아자동차의 'K5 2.0 럭셔리' 모델보다 세금이 적다.
배기량으로만 보면 'K5(1999cc)'가 'XC90(1969cc)'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라 부과된 K5와 'XC90' 자동차세는 각각 39만9800원과 39만3800원이다.
이런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랜드로버 프리미엄 SUV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의 '3.0 TDV6 하이브리드(배기량 2993cc)' 모델은 판매가가 2억원에 가깝지만 3550만원에 불과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3.0 익스클루시브(배기량 2999cc)' 모델보다 적은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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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싼 자동차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차 소유자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을 바로 잡기 위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지방세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배기량 기준에서 자동차 가격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있다.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의 검토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방재정의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개정안대로 과세기준을 바꿀 경우 지방세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 6조3865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재산보유세 성격이 강한 자동차세에 대해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시비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세를 어떻게 과세해야 '정의'와 '상식'에 맞는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