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과 시노펙 합작사, 이익 고공행진에 증설…"의구심이 신뢰로"
지난 3일 중국 내륙 중심에 위치한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서 50분 자동차로 타고 가자 육중한 설비들로 무장한 화학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우한 화공단지 내에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Sinopec)이 함께 설립한 합작사 중한석화가 자리 잡고 있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각각 35대 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한 중한석화는 가동 첫 해 흑자를 포함해 4년 동안 총 1조6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등 대표적인 한중 합작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50년 운영 노하우-진심으로 신뢰 얻어=중한석화의 본부 건물 1층에 들어서면 공장 전경 사진과 함께 직원 1000명 모두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꾸민 사진이 걸려있다. 이원근 중한석화 부총경리는 "직원과 경영진 모두가 가족이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모토"라며 "이 사진을 보면서 중한석화 직원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합작사의 성패는 상호 신뢰에서 좌우된다. 중한석화도 마찬가지다. 가족 같은 신뢰가 성공가도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이런 신뢰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에 있는 본사인력을 대거 TF(태스크포스)로 투입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부총경리는 "SK종합화학은 2014년 경쟁력 강화 TF를 파견해 제조원가∙비용 개선을 이뤄내며 차별적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시노펙은 우리를 돈이나 내고 이익만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결 하려는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고 말했다. 시노펙 출신인 관쩌민 총경리도 "SK는 나프타 분해시설을 운영한지 오래됐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서 "SK가 다양한 TF를 파견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SK종합화학이 중국에서 처음부터 환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전까지 원유나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회사와 중동 산유국 기업에 한해서만 나프타분해를 통한 에틸렌 합작 사업을 허용했다. SK는 양쪽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년 나프타분해시설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최태원 SK회장이 2006년 4월 후베이성 당서기를 면담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차례 중국 정부와 시노펙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기업 중 중국 에틸렌사업에 진출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가동 첫해 흑자…실적으로 입증한 경쟁력=중한석화는 2007년 착공식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투자가 지연돼 2013년 9월에야 공장가동에 들어갔다. 시간은 걸렸지만 이후 실적은 눈부셨다. 2014년 가동 첫해 147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이래 2015년 4650억원, 2016년 3696억원(보수공사 영향으로 이익 감소), 지난해에는 6000억원대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화학산업의 기초제품인 에틸렌을 포함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의 특성상, 가동 안정화와 수익 실현까지 최소 3~4년 걸리는 것에 비하면 놀란 만한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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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4년 말 23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15년 말 133%, 16년 말 87%에 이어 지난해에는 35%까지 낮아졌다. 번 돈으로 부채를 줄이고, 낮은 부채비율이 다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등 선순환을 하는 셈이다. SK의 고도화된 설비 운영 노하우가 시노펙이 보유한 풍부한 자원 등과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다 저유가, 화학업계의 누적된 투자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한석화는 2014년에 시노펙이 중국 내 자사 나프타분해시설 11개를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경쟁력 평가에서도 운영비용, 수선효율, 에너지원단위, 장치손실율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종합평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SK가 보유한 안전 환경관리∙공정 운영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벤치마킹을 위해 중국 국가안전감독총국 총공정사 등 정부관료들이 "SK의 운영 노하우가 집약된 중한석화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중국기업의 롤모델이 돼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증설 이어 시노펙과 추가 협력사업도 추진=중한석화는 그간의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7400억원 규모의 설비 추가증설을 결정했다. 2020년까지 증설이 마무리 되면 에틸렌 기준으로 연 생산량이 80만톤에서 110만 톤으로 늘어난다. 광저우 푸젠정유석화(110만톤)과 함께 상하이 세코(Secco)(120만톤)에 이어 중국 내 생산 규모 공동 2위로 올라선다.
이 부총경리는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추가투자 없이 번 돈으로도 재투자가 가능해 증설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에틸렌 시장이 연평균 6% 정도의 수요 증가가 꾸준히 있는데 반해 투자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상당기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한석화의 성공은 중국시장에서 SK에 더 큰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당장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추가 협력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앞서 지난 2016년 본사를 중국 상하이 사무소로 옮기고, 글로벌 최대 화학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화학부문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이 부총경리는 "중한석화의 성공으로 시노펙과 SK간에 신뢰가 생겼다"면서 "앞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면 같이 하기 위해 꾸준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