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지주사 체제 전환 당시 유예 세금 11월말 납부…과세이연 제도 2021년 말 종료

구광모 LG 회장 등 일가족이 사상 최대 규모인 9100억여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기에 앞서 15년 전 지주사 전환 당시 미뤘던 고 구본무 회장의 양도소득세 250억원가량(최대)을 우선 납부한다.
4일 세무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2001~2003년 국내 1호 지주사 ㈜LG(104,600원 ▲1,600 +1.55%)의 지주사 전환 당시 구본무 회장의 보유지분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과세이연됐다.
과세이연 제도는 지주사를 설립, 전환하면서 기업이나 주주가 기존 주식을 현물출자하면 새로 받은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나 소득세를 미뤄주는 특례다.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납부 시점을 늦춰주는 것이다.
㈜LG는 국내 첫 지주사로 정부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의 첫 혜택을 봤다.
LG그룹 지주사 전환은 2001년 4월 LG화학이 화학 지주사인 LGCI와 사업회사LG화학(425,000원 ▲1,500 +0.35%)·LG생활건강(275,000원 ▲7,500 +2.8%)으로, 같은 시기에 LG전자가 전자 지주사인 LGEI와LG전자(148,700원 ▼6,200 -4%)로 분리되면서 시작됐다.
2003년 화학·전자 지주사인 LGCI와 LGEI가 합병됐고 이 결과 현재 LG그룹의 지주사인 ㈜LG가 탄생했다. LG트윈타워를 갖고 있던 서브원(옛 LG MRO)의 부동산임대 부문도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구본무 회장이 2001년 12월 LG화학 보유지분 44만4817주를 주당 1만7100원에 LG화학에 현물출자하고 LGCI 지분을 받았다. 구본무 회장은 2002년 9월 분할 이후의 LG전자 지분 177만4963주를 주당 4만9700원에 현물출자, LGEI 지분 492만8248주를 받았다.
당시 현물출자로 발생한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정부의 지주사 전환 유도 정책에 따라 지분 상속(지분 처분)까지 유예됐다.
세무당국 등에 따르면 당시 발생한 구본무 회장의 양도차익은 1100억원 가량으로 양도소득세는 최대 2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양도소득세는 구본무 회장 명의로 납부되고 나머지 유산에 대해 상속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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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에 따른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문제는 올 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 당시에도 불거졌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지주사 격인현대모비스(441,500원 ▲9,000 +2.08%)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경우 발생하는 양도소득세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과세이연 제도의 일몰이 도래하는 올해 말을 끝으로 이 제도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둔 기업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일몰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넣었다.
대신 새로운 일몰이 돌아오는 2021년 말에는 이를 연장하지 않고 그 전에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안을 논의해 2022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11.3% 가운데 8.8%(1512만2169주)를 상속하면서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지분율 14.99%)가 됐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나머지 지분은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씨가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가 0.5%(87만2000주)를 상속했다.
구광모 회장 등이 납부할 상속세는 총 9179억원으로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다. 구 회장은 이 가운데 7134억원가량을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구 회장 등은 판토스 보유지분 19.9%(39만8000주) 매각자금 외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 등으로 상속세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지분과 ㈜LG의 최근 배당 수준을 감안하면 연간 34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