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금 거제는 쇼크상태"…충격에 휩싸인 대우조선

[르포]"지금 거제는 쇼크상태"…충격에 휩싸인 대우조선

거제(경남)=안정준 기자
2019.01.31 10:37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 전해진 거제…직원들 '추가 구조조정' 우려

30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건조중인 선박이 조선소에 가득 차 있다./사진=안정준 기자
30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건조중인 선박이 조선소에 가득 차 있다./사진=안정준 기자

"쇼크 상태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31일 오전 경남 거제대우조선해양(120,900원 ▼1,100 -0.9%)옥포조선소 서문. 작업복을 입은 직원은 이 같이 말하고 말문을 닫았다.현대중공업(376,000원 ▲4,500 +1.21%)이 대우조선 인수 추진에 나섰다는 소식에 거제는 충격에 휩싸였다.

전일 오전까지 옥포조선소에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건조 중인 거대한 LNG(액화천연가스)선 19척이 도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작업자들은 조업에 여념이 없었다. 구슬땀을 훔쳐내며 "최대한 빨리 배를 만들고 내보내야 다음 일감을 시작한다"는 한 직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2016년 최악의 침체기를 전후로 조선업 부실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곳은 부활 궤도권에 접어들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속에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직원들은 임금 삭감을 감내했다. 회사는 세계 최고의 LNG선 건조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 세계 발주물량의 30% 가량을 수주했다. 2015~2016년 2년 연속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우조선은 2017년 7330억원 영업이익이 흑자반전했고 지난해도 8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수주전망도 좋다. 뒷심은 역시 LNG선이다. 건조가 한창인 LNG선 화물창에서 만난 송하동 LNG생산1부 부서장은 "2000년대부터 쌓아올린 LNG선 효율화 기술이 이제 4세대까지 왔다"며 "불황기에도 현장과 연구소에서의 노력은 계속됐고 이제 글로벌 LNG선 발주 약진 시점에 맞물려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 보다 10% 늘어난 80억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LNG운반선. 지난해 대우조선은 전 세계 발주된 LNG 운반선의 약 30%를 수주했다./사진=안정준 기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LNG운반선. 지난해 대우조선은 전 세계 발주된 LNG 운반선의 약 30%를 수주했다./사진=안정준 기자

고용에도 온기가 돈다. 대우조선은 4년만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한 현장직원은 "숙련공 십수명이 다시 들어와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활과 함께 이제 떠나보낸 동료들이 돌아오는 셈이다.

이처럼 부활을 준비하던 대우조선에 갑작스러운 인수합병 추진 소식은 청천벽력이다.

불황의 기간 부실의 상징이라는 오명도 썼지만, 그보다 훨씬 긴 시간 지역경제를 책임진 '대우조선' 로고는 자부심이었다. 로고가 바뀌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당장 인수합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또 다른 생업의 위기이기도 하다.

사실 인수합병은 대우조선 근로자는 물론 거제 지역사회 모두 어렴풋이 예견하고 있던 일이었기도 하다.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체제의 '빅2' 재편은 조선경기 불황 심화와 함께 정부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감이 한정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 간의 제살 깎기 경쟁이 문제가 된 탓이었다. 특히 2017년 초 대우조선에 대한 2차 지원안이 확정된 후 정부는 대우조선을 작고 단단한 회사로 만든 뒤 2018년 이후 새 주인을 찾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거제 고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호준(54·가명)씨는 "언젠가는 인수합병이 진행될 거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조선경기 회복과 고속철 건설로 무너진 지역경기에 숨통이 트나 했는데,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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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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