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장용 MLCC 생산라인 첫 공개…생산기간만 한 달 넘어

"쌀 한 톨보다도 작은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만드는데 보통 한 달 넘게 걸립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초소형 크기인 만큼 미세공정이 15단계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죠."
지난 13일 찾은삼성전기(457,000원 ▼5,000 -1.08%)부산사업장을 안내한 정해석 컴포넌트산업전장개발그룹 상무의 설명을 듣고 실험용 돋보기로 와인잔을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MLCC가 수북하게 담긴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300ml(밀리미터)짜리 와인잔 절반만 채워도 그 가치는 1억 원을 호가한다고 정 상무는 귀띔했다.
이른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자산업 모든 분야에 쓰인다. 평균적으로 스마트폰에는 800~1000개, PC 1200개, TV 2000개, 자동차 1만개가 들어간다. 세라믹과 니켈이 원재료이며,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2016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MLCC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 5공장을 '전장전용'으로 증설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삼성전기는 생산라인을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정 상무를 따라 들어간 공장 내부는 사람 한 명 발길에 까다로울 정도로 티끌 한 점 용납하지 않는 청정한 환경을 자랑했다. MLCC 크기는 쌀 한 톨의 250분의 1, 굵기는 머리카락(0.3㎜·밀리미터)보다 얇기 때문에 모든 공정은 외부 유입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 눈에 봤을 때 얼추 바둑판 크기만한 기판을 블레이드(Blade)가 특유의 기계음을 내며 절단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판 두께는 A4용지 서너 장(5㎜)을 겹친 것 같았지만 무려 1000층 가까이 쌓아올렸다는 게 정 상무의 설명이다. 나노 기술 단계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은 반도체지만 마이크로에서는 MLCC가 가장 높다.
X·Y축에 맞춰 일정하게 컷팅된 정육면체 모양의 '칩' 수 천 여개는 도자기처럼 두 번(가소 200도, 소성 1200도) 구워야 비로소 MLCC가 된다. 소성 공정의 경우 최대 20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정 상무는 "생산기간은 IT(정보기술)용이 28일, 전장용은 43일"이라면서 "전장용은 IT용과 역할은 비슷하나 사용 환경이 더 가혹해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에스프레소머신과 비슷하게 생긴 기계에서 열처리가 끝난 MLCC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왔다. 내부에 달린 10개의 카메라가 불량품을 솎아내는 연마공정으로, 분당 6000개(하루 평균 1억4300만개)를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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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올해 전체 MLCC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장용은 2024년 35%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삼성전기는 지난해 1000명을 신규채용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2022년에는 전장용 MLCC 글로벌 2위(1위 일본 무라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MLCC는 IT용과 비교해 가격이 최대 10배 비싼 만큼 수익성이 높다"며 "최근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전장용 MLCC 생산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