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투명한 하얀색 알갱이가 빠르게 쏟아져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면 둥글고 균일한 모양이 밥풀을 닮았다. 손에 올려놓은 감촉이 부드럽다. 지긋이 누르면 움푹 들어갈 정도의 강도다. 하얀 밥풀의 정체는 롯데케미칼이 국내 1위, 세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특수 소재 EOA(산화에틸렌유도체)다.
지난 21일 찾은 롯데케미칼 여수2공장 내 EOA 공장은 20개월의 건축 기간을 거쳐 올해 첫날 생산에 돌입해 역동적으로 가동 중이었다. EOA는 콘크리트 1톤을 배합할 때 700g이 투입되는 건설 특수 소재로 감수제의 원료다. 감수제를 사용하면 콘크리트 혼합에 필요한 물 사용량이 30% 저감된다. 물 사용량이 줄어든 만큼 무게는 가벼워지고 강도는 강해지는 등 효과가 있다.
8500㎡(2600여평) 공장 부지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반응기 4기, 750톤 규모의 액상 저장 탱크, 60m 높이의 자동화 창고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은빛의 거대한 탱크와 파이프라인이 질서를 갖추고 얽혀있는 모습이 푸른 하늘과 대비됐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생산의 핵심인 반응기 공정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반응기는 EO(산화에틸렌·Ethylen Oxide)에 촉매를 투입하고 알코올 원료와 반응시켜 EOA를 생산한다. 이곳 EOA 공장은 한해 10만톤의 EOA를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이곳 공장을 더해 대산공장, 여수공장, 중국 가흥공장에서 총 EOA 33만톤을 생산한다. 국내 1위 생산량이자 글로벌 기준 2위 수준이다.
공장 관계자는 "현재 원료 투입량을 높이는 등 방식으로 가동률을 1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만톤의 생산량을 전량 수출한다. 세계 각국의 주요 기반 시설, 대형 구조물 등 건설 현장에 롯데케미칼의 EOA가 투입된다는 의미다.
반응기를 통과해 생산된 EOA는 액상형태다. 롯데케미칼은 액상형태 제품을 냉각시켜 고체 제품으로 완성한다. 플레이커(냉각 설비)를 통과한 고체 EOA의 생김새는 갓 지은 밥풀이나 쌀알을 떠올리게 했다. 오동원 EOA2담당 공정 리더는 "롯데케미칼만의 공정 노하우와 설비 기술로 균일한 형태의 고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고객사에서 원하는 중량만큼 사용하기 편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 공장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됐다. 원료 투입부터 생산, 포장, 창고 저장 전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사무실에 갖춰진 통합 조정실에서는 TOM(Total Operation Monitor) 화면으로 근무자들이 공정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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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문제 발생을 알리는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된다"며 "빠르게 원인을 분석하고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조정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근무자들이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공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완성된 EOA 제품은 25kg과 800kg 단위로 자동 포장됐다. 투입된 포장재에 정확한 중량만큼 완제품이 완성됐다. 자동으로 중량 검사까지 마친 제품은 자동화 저장 창고로 향한다.

자동화 저장 창고에서는 거대한 크레인과 벨트가 쉼없이 움직였다. 창고 어느 곳에 제품을 쌓을지, 출고 물량에 따라 어느 곳에 저장된 제품을 꺼낼지는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됐다. 사람이 직접 저장 위치를 지정하지 않아도 완전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벨트와 크레인이 엇갈리며 지정된 위치로 제품을 옮겼다. 거대한 크레인은 40m 높이의 창고 최상층가지 제품을 무리 없이 이동했다.
롯데케미칼은 이곳 공장 증설을 바탕으로 EOA 시장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증설로 고체화 설비의 생산능력이 기존 5만톤에서 3배 규모로 증가했다. 매년 5%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EOA 시장에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가 마련된 셈이다. 현재 글로벌 2위인 생산량은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 공장 관계자는 "최근 증설이 마무리되어 생산 및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추가 증설 여부는 시장 상황과 수요 등을 주시하여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