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손발 묶인 中企…"현장서 일 안하는 사장 없어요"

'주52시간제' 손발 묶인 中企…"현장서 일 안하는 사장 없어요"

남동산단(인천)=이재윤 기자
2021.07.01 15:42

[MT리포트] 등떠밀려 52시간 막차 탄 中企, 인천 남동공단 도금단지 르포

[편집자주] 근로자의 80%가 일하고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이 됐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인력난이 시급하다고 아우성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효율성이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근로자들도 '저녁있는 삶' 대신 '소득없는 삶'에 직면하게 됐다고 한숨이다. 도입 4년차에 들어선 주 52시간, 맷집 약한 중소기업도 연착륙할 수 있을까.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도금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도금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

"X고생만 하고 돈도 못벌어 가는데 누가 합니까.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죠. 그래도 먹고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이 근로자들 다 내보내고 몇 명만 데리고 하는거죠. 요새 뿌리산업 사장들 중에 현장에서 일 안하는 사장 없어요."(윤봉호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일진도금단지 대표·오성금속 대표)

주52시간 근로제가 확대 적용된 1일.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이하 남동산단)에서도 대표적인 뿌리산업인 도금업체 28곳이 밀집해 있는 일진도금단지는 주52시간제 도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과거 50곳에 달했던 도금 업체들은 노동규제와 인력수급,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규모가 절반가량 쪼그라들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전자부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공급하는 일진도금단지 사업주들은 "회사 운영이 녹록치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시 근로자가 7~10명 정도로 이번 주52시간제 확대 적용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업체들이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돼 이날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도금업체에서 작업 중인 모습./사진=이재윤 기자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도금업체에서 작업 중인 모습./사진=이재윤 기자

이날 만난 사업주들은 주52시간 시행에 맞춰 긴축경영을 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도금단지 내에는 간판이 떨어져나간 공실 건물이 많았다. 공장 안쪽으로 들여다보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먼지 쌓인 기계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 입주했던 도금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으로부터 3~4차 하청을 받는 업체였다는 게 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납품단가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추가 인력이나 관리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노동자들을 충원하지 않아 대체·탄력근로 확대라는 주52시간제 도입 취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에선 정부의 주52시간제 확대가 뿌리산업 현실을 파악하지 않은 채 강행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30년째 도금업에서 종사했다는 윤 대표는 "단가를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이 안된다. 한 사람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사장이 뛴다"며 "주52시간제 취지와는 완전 반대로 가고있다. 추가로 고용하면 4대 보험도 배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규모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토로했다.

인천 남동공단 일진도금단지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인천 남동공단 일진도금단지 전경./사진=이재윤 기자

특히 주52시간제는 최저임금과 외국인 근로자 수급부족 등으로 '고용 3중고'를 겪고있는 중소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불규칙한 납품요구에 맞추려면 상황에 따라 평일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해야하지만, 주52시간제로 손발이 묶여 버리기 때문이다. 소위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막혀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비용부담이 커졌다.

일부 인건비를 반영해 단가를 높인 업체가 나타나자 발주하는 중간업체들은 한국 회사 대신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공급을 맡기고 있다. 도금업체 A대표는 "가격을 높이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인건비가 안나온다"며 "사람을 더 뽑는 것 보다 일을 안받는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남동공단에서 15명 규모 전기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B 대표도 "무조건 법으로 정한다고 따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사업을 접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확대시 지원금을 주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며 "잠깐 데리고 있을 사람 뽑아 쓰고 버리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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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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