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4년, 가입률 4%…삼성전자 노조의 진짜 '문제'

설립 4년, 가입률 4%…삼성전자 노조의 진짜 '문제'

오문영 기자
2022.03.24 05:01

[MT리포트]기로에 선 삼성, 노조의 길①

[편집자주]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가 불안해지면 여파는 단일 기업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임직원과 주주, 협력사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첫 노조 설립 후 4년,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사내 공감대 부족과 경쟁력 훼손에 대한 외부의 우려'. 첫 노조 설립 4년, 무노조 경영 폐기 2년을 앞둔 삼성전자 노조가 마주한 현실이다. 노사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단체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좀더 지켜보자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노조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내외부 공감대 형성 면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평가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지난 18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를 만나 성과급 지급체계 공개, 휴식권 보장 등 변경 요구안에 대한 사측 답변을 오는 25일까지 줄 것을 요청했다.

아직 교섭이 진행중이지만 첫 노조 설립 후 삼성전자 노조 4년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가입률 4%라는 수치가 뼈아프다. 삼성전자 내 4개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4500명 수준(노조 집계)으로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11만3485명의 4% 안팎에 그친다. 4개 노조별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 조합원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3개 노조 조합원은 수십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좀더 파고들면 직능별로 상이한 근무여건과 요구를 모두 아우르는 노조의 부재가 저조한 가입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최선두 IT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직군은 단순하게 사무직과 생산직을 넘어 개발·연구, 전략기획, 설계, 디자인, 인프라, 경영지원, 마케팅 등 어느 회사보다 다양하다. 노동계 최대 단체가 있는 현대차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현대차가 생산직 주축이라면 삼성전자는 주축을 따지기 어렵다.

현재 삼성전자 4개 노조는 제조·사무·영업·서비스 등 제각각의 직능을 대표하다 보니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연구직 등 일부 부문의 경우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조가 사실상 없다. 삼성전자 연구직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모든 직원을 대변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실질적으로 내놓은 요구를 보면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 특유의 성과보상주의 문화도 직원들이 굳이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불거진 내홍도 삼성전자 노조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로 꼽힌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속한 삼성노조연대의 이 전 후보 지지선언 이후 조합원 게시판에 '동의한 적 없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공정에 민감한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노조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반감이 기존 노조의 성공방정식과 충돌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가 내부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적 구호를 꺼내들거나 강경노선을 부각하는 전례에 대해선 그동안 노동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전체 직원 기본급 1000만원 일괄 인상 등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삼성전자 노조가 올초까지 유지했던 요구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제는 과도한 요구와 이에 대한 안팎의 비우호적인 여론이 다시 가입률을 떨어뜨려 노조의 동력이 하락하는 악순환의 굴레로 작용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 역시 이런 악순환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의 강성 성격이 짙어질수록 대한민국 1등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이례적으로 노조를 비판하고 나선 장면이 대표적이다. "노조에서 기본급 15%를 올려주지 않으면 파업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노조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타당한 요구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은 2800조원인데 삼성전자는 아직 500조원이 안 된다. 노조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발언에 박수가 나왔다.

모든 것을 노조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삼성에는 반세기 노조가 없었고 2020년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이후에도 사측이 노조와의 협상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나섰는지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다만 노사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노사간 불화는 노조의 실패나 경영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글로벌 위상과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파업이 일어난다면 규모가 크든 작든 파업이라는 사실 자체로 고객사와의 관계나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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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문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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