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장 중이던 지난달 13일 이 부회장의 삼성SDI 헝가리 공장 방문에 대해 삼성전자에 문의한 적이 있다. 외부에서 '이 부회장의 공장 방문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다.
공장 방문설은 시기상 의미가 있었다. 지난 5월, 삼성의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계획' 발표에서 배터리가 빠지자 업계에선 삼성SDI 소외론이 나왔고 한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SDI 목표가를 반토막냈다. 한마디로 삼성SDI에 관해 좋지 않은 소문들이 돌던 때다.
이 가운데 총수의 현지 공장 방문은 배터리 사업이 그룹 내에서 소외되지 않고 있단 신호를 줄 수 있는 발걸음이었다. 시장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측은 관련 내용을 줄곧 부인했다. 하지만 닷새 뒤 이 부회장은 헝가리 공장을 방문하는 등 자동차 업계 현황을 두루 살폈다고 직접 전했다. 삼성전자의 확인이 사실과 달랐던 셈이다.
글로벌 완구 기업 '마텔'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로버트 에커트는 '신뢰는 기업 평판의 주춧돌'이라고 했다. 주춧돌이 없으면 전체 건물도 있을 수 없다. 신뢰가 사라질 때 기업평판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신뢰회복 방안에 대해 기업 안팎 전문가들과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2020년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기술과 제품은 일류란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고개 숙였다. 지난 수 년간 일본과의 소부장 전쟁, 팬데믹 등 국가 위기 상황을 거쳐오며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기여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신뢰회복의 긴 여정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대응은 아쉽다. 외부에 알리지 못할 사연이 있을 수도 있고, 내부 확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선택에 대한 여파와 실수에 대한 점검, 개선 역시 삼성전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어느 조직보다 신뢰받아야 할 대한민국 대표기업에서 실제와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건 이찌됐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