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반이 공사판." 7일 오전 서울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준 첫인상이다.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곳곳에서 각종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대형크레인과 공사 차량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캠퍼스 앞 도로변에는 가게들이 300m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인부들이 몰리자 덩달아 생겨난 노점상이다.
사무1동에서 만난 포설공사 기술자 김모씨는 "대략 출근 인원이 2만명은 될 것"이라며 "일당이 세고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삼성 현장 공사가 시작되면 늘 인근의 노동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의 건설 현장에는 노동자들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평택캠퍼스는 289만㎡ (약 87만평)의 부지를 가진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 기지다. 1라인(낸드·D램)과 2라인(D램·낸드·파운드리)에 이어 최근 3라인(D램·낸드·파운드리)이 가동을 시작했고, 향후 3개의 대형 생산시설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2015년 부지 조성부터 2030년까지 창출될 생산 유발 효과는 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유발 예상치는 130만명도 달한다.
평택캠퍼스 내 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3라인의 가동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기초공사에 들어갔던 평택 3라인에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
이번 3라인 낸드 양산을 통해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 등극한 이후 20년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시장 수요에 맞춰 3라인에 EUV(극자외선)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1㎚는 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4·5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다. 4라인의 경우 구체적인 착공시기와 생산 제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4라인 공사는 내년 초쯤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5라인은 한국전력공사와 전기공급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등 인프라 확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은 평택캠퍼스 사무2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안한 업황에도 일관되게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그간 삼성의 투자패턴을 보면 호황기에 투자를 좀 더 많이하고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시장 수요에 의존하는 투자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더 맞는 방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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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사장은 이어 "삼성전자 역시 일관되게 투자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면서 "R&D(연구개발)에도 훨씬 더 많은 사람과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업황이 좋지 않을 것 같고 내년으로 봐도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 구간이 지나갔을 때 우리의 위치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경 사장은 이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과 관련해 "내년이 되면 지금과는 모습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온 3나노를 기점으로 선단 공정에서 경쟁사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도 함께였다.
경 사장은 특히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고객사들의 반응이 우호적이라 전했다. 경 사장은 "4·5나노에서는 경쟁사 대비 개발 일정과 성능이 뒤처져 있었다"면서도 "3나노는 고객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쩌면 경쟁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준비 중인 2세대 공정에 대한 고객사 관심도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기존 핀펫(FinFET)의 뒤를 잇는 차세대 공정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도 선제 도입했다. 이전 5나노 핀펫 공정 대비 전력은 45% 절감, 성능 23% 향상, 면적은 16% 줄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고도화해 내년 GAA 2세대 공정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 등이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시스템반도체 비전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9년 당시 2030년 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하겠다며 세운 목표다. 경 사장은 "투자를 통해 점유율 등을 앞서가겠다고 하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매출에서의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등 여러가지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