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늦었다" 세계 최대 시멘트 설비회사의 탄식

"우리도 늦었다" 세계 최대 시멘트 설비회사의 탄식

베쿰(독일)=지영호 기자
2023.05.31 15:40

[유러피언 시멘트로드]③

[편집자주] 1450도 이상의 고열을 만들어내는 석탄이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사라졌다. 시멘트 선진국 유럽의 얘기다. 온실가스 억제를 위한 탄소배출에 비용이 높아지자 석탄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그 빈자리를 쓰레기가 메우고 있다. 아직 쓰레기 자원화가 요원한 우리와 달리 대체율 100%에 근접하고 있는 유럽의 시멘트 산업을 추적해본다.
루크 루도스키(Luc Rudowski)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 혁신부문 대표
루크 루도스키(Luc Rudowski)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 혁신부문 대표

유럽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독일의 중소도시 베쿰(Beckum). 면적 111.46km2로 한국으로 치면 수원과 비슷한 규모지만 인구는 4만명에 불과한 도시다.

하지만 시멘트 산업과 관련해 베쿰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19세기 이후 발달한 독일 시멘트산업의 중심도시로 1827년 공장이 처음 가동된 이후 세계 시멘트 산업 연구개발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현재 이 지역에는 시멘트 시스템·제조설비회사인 폴리시우스, 크리스티안 파이퍼 외에도 세멕스, 피닉스 등 시멘트 제조사들이 밀집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베쿰의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는 1859년 가동을 시작해 독일 시멘트 산업을 이끄는 시멘트 설비 회사다. 1960년대부터 전세계 시멘트 생산기술과 공장설비, 설계를 주력으로 하다 1971년 유럽 최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가 인수한 후 독일 통일과 함께 급성장했다. 전세계 800여개의 시멘트 공장을 지었고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시멘트 생산 공장 설비의 50%가 폴리시우스의 기술이 적용됐다. 국내 시멘트 공장 대다수도 폴리시우스의 손을 거쳤다.

폴리시우스의 최근 가장 큰 관심은 녹색 기술이다. 이산화탄소(CO2)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시멘트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매출은 8억유로(1조1400억원) 정도로 글로벌 25% 점유율을 기록 중인 폴리시우스는 R&D 비용의 50%를 투자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문제는 시멘트산업이 전세계가 우려하는 온실가스 발생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탄소배출량의 7% 정도가 시멘트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보니 유럽은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넘는 사용분에 따라 세금을 지불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사고팔수 있어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데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루크 루도스키(Luc Rudowski)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 혁신부문 대표(이노베이션·연구 총괄)는 "유럽은 전세계적으로 환경 분야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는 지역"이라며 "대표적인 제도가 탄소배출권에 가격을 매겨 경제적, 자본 시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톤당 탄소배출가격도 급등한 영향으로 유럽의 친환경 설비 수요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21년 이전까지 탄소배출권 가격은 30유로를 넘어선 적이 없었지만 지난달 13일 기준 96유로까지 올랐다.

폴리시우스를 비롯해 독일 시멘트 설비 기업들은 새로운 탄소감축 기술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CCUS는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이다.

루도스키 대표는 "현재 기술로 탄소를 포집할 때 드는 비용은 80~90유로인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이를 넘어섰다"며 "환경 기술을 제공하는 우리 회사 조차도 너무 늦었다는 판단"이라고 우려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CUSS의 기술이 도입되는 시멘트공장의 투자비용은 현재 시설의 2배가 넘는다. 유럽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설비 비용을 시멘트 가격에 전가시킨다. 올해 유럽의 시멘트가격은 약 140유로(약 20만원)다. 지난해 가격인상으로 처음 10만원을 넘긴 국내 시멘트 가격의 2배 수준이다.

피터 호디노트(Peter Hoddinott)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탄소 저감을 목표로 CCUS 기술을 도입하려면 정부의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며 "순환자원 재활용 등 시멘트 콘크리트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에 맞는 대체제 사용 확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 건물 사이에 '강력한 미래를 위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 건물 사이에 '강력한 미래를 위해'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폴리시우스 R&D센터 화학연구실은 원부재료를 비롯한 샘플 성분분석과 테스트가 주업무다. 한 연구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폴리시우스 R&D센터 화학연구실은 원부재료를 비롯한 샘플 성분분석과 테스트가 주업무다. 한 연구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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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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