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해법, 정년 연장은 '그림의 떡'…현실적 대안 봤더니

노인 일자리 해법, 정년 연장은 '그림의 떡'…현실적 대안 봤더니

이재윤, 이태성 기자
2024.01.21 09:37

[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오팔세대의 그늘과 해법④

[편집자주]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무리하게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기업 경쟁력만 악화시킬 것입니다." (경제단체 간부)

대한민국 대다수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수입, 즉 일자리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는 노년 생활이 불가능하고 수명 역시 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년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년을 만 60세로 규정하는데 65세까지 늘려 노년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생소득도 늘어나고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기업에 '양날의 칼'로 평가된다.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60세 정년 의무화 5년째인 2021년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높은 인건비'(47.8%)를 손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내놓은 '정년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는 60세 이상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제도 도입 5년이 지난 시점이 되면 국내 기업들은 한 해 15조8626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연장을 한 떼 따른 결과였다.

정년연장은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직후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상승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말 발표한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면 정규직 근로자가 1명 가량 감소하는 것 나타났다. 특히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선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거의 2명 줄었다.

그렇지만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40.4%에 달한다는 OECD의 조사는 고령자 일자리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인 소득빈곤율은 14.2%에 불과하다. 어떤식으로든 건강한 노년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단 의미다.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임금을 조정할 수 있어야 기업이 노동자를 부담 없이 채용할 수 있고, 고령자 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총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을 꼽은 응답이 47.1%로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다.

노동유연성이 확보된다면 기업에서도 고령자의 채용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는 66세 이상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정년을 일정 나이까지 늘리는 것이 아니라, 능력만 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기업에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2021년 일본은 고령자가 희망하면 70세까지 의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제도(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고령자들이 기존 직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제도를 설계해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 연장으로 벽을 세우면 신규 고용이 위축된다"며 안된다"며 "일정 나이까지는 고용을 유지하되 이후에는 기업의 자율성에 맡겨 노동시장을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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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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