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수세에 몰렸다. 최 회장 측은 '격전지' 영풍정밀 수성에는 성공한 만큼,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시킨 후 우군을 확보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모든 수를 동원할 방침이다. MBK·영풍은 추가 장내매수 등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MBK·영풍의 공개매수 응모율이 5.34%였던 점을 거론하며 "최초 공개매수를 시작할 때 밝힌 최소매수량 7% 조차도 채우지 못한 사실상 실패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압도적으로 방어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다툼의 격전지로 분류돼왔다. 영풍정밀을 잃는다면 최 회장 측 입장에선 '마이너스 3.7%'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었다. MBK·영풍은 영풍정밀을 주당 3만원에 최대 684만801주(43.43%) 매입하려 했으나, 신청 물량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격전지에서 우세를 점하는덴 실패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은 MBK·영풍에 있다는 평가다. MBK·영풍 측의 기존 지분율은 33.13%였지만, 이번 공개매수로 5.34%를 획득하며,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율은 33.99%이고, 현재 매수 가능 주식은 최대 17%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식을 취했기에 MBK·영풍이 지분 싸움에서 근소우위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414만657주(20%)를 대상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이중 베인캐피탈(2.5%)의 매입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사주여서 의결권이 없고, 추후 소각될 예정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최 회장 측 지분율이 36.49%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기존 자사주 중 처분 가능한 일부를 매각한다고 해도 MBK·영풍의 지분율에는 다소 못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최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최대한 MBK·영풍의 지분율에 근접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해야 이후 소집될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호각세의 형국을 마련할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실제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양측이 증가하는 지분율은 매우 제한적이고, 양측의 지분율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공개매수 전, 또는 올해 초 주주총회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현대차·LG화학·한화 등 우군과의 결속을 강화하면서, 추가적인 '백기사'를 확보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중 어느 한 쪽이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에서는 MBK·영풍이 승기를 잡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 장내 매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영권 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한 주라도 더' 확보하려는 구도가 지속될 게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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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싸움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2차 가처분에 대한 법원 심리는 오는 18일 예정돼 있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시장질서를 넘어 법 질서를 무시하는 MBK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형사상으로 분명한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