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름다운(?) 단어 '관세'가 온다⑧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했을 때부터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자국 기업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가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을 어떤 식으로 옭아맬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보는 우려보다 더 과격하고 살 길을 찾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13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발 보편 관세 및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폐지 등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목인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분야의 피해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전지(배터리)의 경우 수출이 6.1~25.2%, 자동차는 5.9~13.6%, 반도체는 4.7~8.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출 1위 제품인 반도체 산업은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약 170억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AI(인공지능)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에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4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최대 5억 달러(약 7250억원)의 정부 대출을 지원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곧 중국 압박과 연결되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의 레거시 제품 개발을 막아주면 한국 기업들은 재고를 더욱 많이 해소할 수 있다"며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한국 기업 추격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의 상황은 좀 더 절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보편 관세와 더불어 취임 첫 날 미국의 3대 교역국인 멕시코·캐나다에 100% 이상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미국 수출용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몬테레이 공장을 운영하는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100여개 사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국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세계 최대 철강 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강판 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관세는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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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늘린다. 당초 HMGMA는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마련됐으나 현대차그룹은 이를 하이브리드 생산도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축소에 대응해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캘리포니아 등 주 정부가 기후·환경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 ESS 수요가 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전력망 시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성장할 거라고 보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LFP를 도입해 가격을 낮추는 등 ESS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트럼프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현대차가 미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무뇨스 사장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계기로 트럼프를 만났다.
오는 20일 열리는 트럼프의 취임식에는 정용진 회장·허영인 SPC그룹 회장·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총수들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아웃리치(대외 협력)를 추진해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이 대미 주력 사업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