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효자 상품인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다음달 중 마련·발표한단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의 부를 빼앗아 간 데 대해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시점은 다음달 3일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액은 708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700달러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6836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반도체(1419억달러, 20.8%)에 이어 2위 수출 품목이다. 지난해 225억달러 수출을 기록한 자동차부품까지 합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까지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해 연간 170만대를 북미에서 판매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한국 등에서 수입된 차량이다. SK증권에 따르면 25% 관세 실현 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6조6000억원, 4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에 25% 관세가 붙을 경우 피해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을 통해 현지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어 향후 북미 판매량 내 수입 비중은 3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30만대 수준인 HMGMA 생산량을 연내 50만대까지 늘릴 예정인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 34만대를 포함하면 연간 생산 규모가 120만대까지 증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개별 협상 여지를 드러낸 만큼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계기로 25%보다 낮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그대로 부과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개별 협상 여지를 남겼다. 정의선 회장도 "관세 발표 후 협상은 정부 주도하에 개별 기업도 해야 하므로 그때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GM의 경우 관세가 실현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GM의 지난해 판매량은 49만9559대로 이 중 83.8%에 달하는 41만8782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 GM의 해외 법인인 만큼 현대차그룹처럼 현지 생산 전략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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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수출량을 국내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2만4824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대비 35.9% 줄어든 수치다.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지난해 출시하기로 한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이쿼녹스EV'도 사실상 출시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판매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 중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관련 긴급 민관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 비상대책을 4월중 마련·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