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경영진들이 중국을 정기적으로 찾아 회의를 열고 기술 등 시장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커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3100만대가 넘는다.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판매량도 1280만대에 달한다. 중국 시장에서 완성차 회사가 점유율을 1%만 높여도 판매량은 30만대를 늘릴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시장을 토요타, 폭스바겐 등이 지배했다. 현대차그룹도 2016년 중국에서 160만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6.1%였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현대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떨어졌다. 지난해 1.6%에 그쳤다.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몇년 더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올렸으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현지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총 판매량 중 중국 브랜드 승용차 판매량은 1797만 대로 중국 승용차 총 판매량의 65.2%를 차지했다. 동시에 독일계, 일본계, 미국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일본계 브랜드의 비중은 11.2%로 2020년 24.1% 대비 12.9%p 감소했다.
점유율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많은 브랜드들은 중국시장을 단념하지 않는다.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을 계기로 중국을 찾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중국에 장기 투자를 약속하고 나섰다. 올라 켈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고문을 통해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글로벌 전략에서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늘 중국 장기 투자에 힘써 왔고, 계속 독일-중국 경제·무역 협력을 굳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중국 시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을 조금만 회복해도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판매량 2위 회사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가 양사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총 10억9600만달러(약 1조5600억원)를 투자하면서 중국 시장을 놓지 않았음을 공식화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업체가 동남아, 유럽 등에서 전기차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경쟁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가장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는 곳이 중국"이라며 "현지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AI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는 분야가 많다"며 "관세로 인해 미국에서 성장이 어려워진 현대차그룹에 중국은 또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