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손잡고 '토종' 기업 키웠다…대만 해상풍력 공급망

유럽 손잡고 '토종' 기업 키웠다…대만 해상풍력 공급망

타이베이=권다희 기자
2025.07.09 11:25

[그린시프트-풍력]③대만 조선사 CSBC, 벨기에 기업과 합작해 해양 운송·설치 업체 CDWE 설립

[편집자주] 그린 산업은 '나아가야 할 길'이다. 화석연료 친화적인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글로벌 불황 지속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축소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는 '그린 시프트'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글로벌 그린 산업 현장들을 직접 방문하고, 이 '필연적 미래'를 확인하고자 한다.
CDWE 발주로 만들어진 해상풍력 설치선 '그린제이드'/사진제공=CDWE
CDWE 발주로 만들어진 해상풍력 설치선 '그린제이드'/사진제공=CDWE

"아시아에서는 해상풍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바다 위에 거대한 기계가 세워진 정도로만 인식했죠. 해양 엔지니어링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역량을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했기에 국제적으로 뛰어난 파트너를 찾았고, 그 결과로 CDWE가 탄생했습니다. CDWE가 없었다면 대만의 해상풍력 개발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대만 해상풍력 EPCI(설계, 조달, 건설, 설치) 기업 CDWE(CSBC-DEME Wind Engineering)의 로버트 정 회장은 타이베이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만들어진 회사의 설립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CDWE는 대만 조선사 CSBC와 벨기에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DEME의 합작사다. 대만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확대를 본격화하며 주력했던 공급망 자립 지원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바다에 수백 메가와트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짓는 건 육상 건설과 다른 영역이다. 단시간 내 자체적 역량을 키우려면 해상풍력 경험이 풍부한 유럽 기업과 손잡는 게 최선책이란 게 CSBC의 판단이었다. 합작사 설립 후 300MW 규모 중닝해상풍력 단지에 운송·설치(T&I) 공정을 책임지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정 회장은 "대만 최초로 대만 계약자가 T&I 전 과정을 맡아 수행한 사례"라 했다.

'토종' 해양엔지니어링 기업을 키우는 건 국가차원의 해상풍력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핵심이다. 스티븐 린 CDWE 부사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해상풍력단지를 지을 때 가장 큰 비용은 일정 지연"이라며 "외국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일정을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고유한 자연환경에서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해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 대만은 해상풍력에 강점인 '센 바람'을 갖고 있지만 대신 태풍과 지진 등 난점이 있다. 유럽의 엔지니어링 기업에겐 낯선 환경이다. 린 부사장은 "태풍을 겪은 중닝 프로젝트를 매끄럽게 마무리하며 대만이 자체적 EPCI 역량을 보유했다는 걸 증명했다"고 했다.

CDWE의 로버트 정 회장(사진 왼쪽)과 스티븐 린 부사장/사진=권다희 기자
CDWE의 로버트 정 회장(사진 왼쪽)과 스티븐 린 부사장/사진=권다희 기자

조선사를 모회사로 둔 이점도 살렸다. 대만 최초의 해상풍력 설치 전용 선박 '그린제이드'를 CDWE가 CSBC에 발주해 2023년 만들었다. 216 미터 길이, 4000톤을 들어올릴 수 있는 대형 설치선으로 중닝에 이어 1GW 규모 하이롱 해상풍력 단지 건설에 투입됐다. 해상풍력단지를 정해진 기한 내 완료하기 위해 핵심인 설치선 확보를 기존의 제조업 기반과의 시너지로 풀었다.

린 부사장은 대만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 해상풍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고 그 다음으로는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 했다. 특히 대만 내 해상풍력단지가 형성되면서 공급망 성장이 함께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린 부사장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금융조달 가능성(bankability)이고, 조달 가능성을 높이는 게 실제 성과"라며 '안방'에서 트랙레코드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년간 전세계 해상풍력 시장에 타격을 입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의 영향은 규모 확대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라 봤다. 정 회장은 "프로젝트당 설비 용량을 더 키우는 게 개발자는 물론이고 EPCI 계약자 입장에서 장점"이라며 "1GW급 대형 프로젝트가 계획되면 선박 배치, 장비 운용 등 전체 작업을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 역시 현재는 공급망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다소 높아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라며 "앞으로 프로젝트의 대형화가 해상풍력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핵심이 될 것"이라 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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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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