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도인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는 조세 연구자들에게는 잘 납득되지 않는 세금으로 받아들여진다. 과세 근거가 존재하지 않고, 취지도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현대 조세제도에서 개별소비세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특정 소비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되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이 부담하지 않은 비용이 사회에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부과되는 경우 교정과세라는 명예로운 호칭까지 붙는다.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어 형평성을 제고하고, 적정 수준의 소비 유도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정유공정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중유는 석유화학산업에 쓰이는 핵심적인 생산 원료다. 원료용 중유는 중간재로 투입되는 과정에서 외부로 흘러가는 부정적인 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교정해야 할 대상 자체가 없어 개별소비세를 과세할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수용 나프타와 항공유 생산에 이용되는 중유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현행 세제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
부정적인 외부효과도 없고 최종 소비재도 아닌 생산용 중간재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제도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배경이나 동기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제시할 만한 특별한 정책적 효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이는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불리한 환경 변화로 곤경에 처한 국내 기업들의 위기 극복에 큰 장애를 주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비교우위를 약화시키고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러시아와 이란산 저가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중국 기업들의 석유제품 덤핑이 국내 업계를 위협하는 정도는 심각하다.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던 우리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안방시장을 내주게 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양국 정부의 상반된 정책 기조는 상황을 더욱 불리하게 만든다. 제조강국 전략 차원에서 중국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분야에도 원가절감 기반 강화를 위해 각종 조세감면 및 보조금을 제공해 수출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3년 시노펙(SINOPEC) 계열사는 약 5억달러의 중앙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올 7월 티팟(teapot) 정유사는 산둥성 지방정부로부터 75~95%의 소비세 환급을 받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불합리한 개별소비세 과세로 기업 경쟁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원가와 세금의 이중 부담은 단순히 개별기업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주력 수출부문인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확대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제조업 전반의 가치사슬을 약화시키고, 투자와 기술개발 부진을 초래하여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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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환경의 차이로 우리 정부가 중국과 같은 적극적인 산업화 전략을 채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경쟁력 위기를 가속화하는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제도의 부당성만큼은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개별소비세법을 개정해 제조용 원료에 대해 조건부 면세를 적용하거나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면세 조항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