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협상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차 관세는 인하됐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 고율 관세에 묶이면서 하이브리드 전략까지 제약받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5월부터 8월까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은 98%에 달한다. 관세가 부과된 4월까지는 미국 내 판매 비중이 90% 안팎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대부분 미국 시장 판매 물량으로 배정됐다. 지난 5월에는 수출 물량이 14대에 불과했고 6월에는 단 한 대도 수출되지 않았다.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현지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1월 1623대에서 3월 5335대, 4월 8076대, 5월 8674대로 확대한 뒤 7월엔 3311대로 주춤했지만 8월 6949대 회복세를 보였다. 올 1~8월 누적은 약 3만8000대 수준으로 같은 기간 수출 실적은 없다. 전량을 미국 시장에만 투입했다.
이처럼 현지 생산에 치중하며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지만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현 상황이 연내에는 해소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하반기 수익성이 예상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수준 관세가 지속될 경우 각각 월 4000억원과 3000억원대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가 15%로 낮아진 것은 합의부터 발효까지 56일이 소요됐고 영국차의 경우 53일이 걸렸다"며 "당장 9월 말에 한미 간 협정이 원만히 체결돼도 연내 자동차와 부품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미뤄질수록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관세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과 부품사들의 재무적 어려움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현지 생산 체계를 완전히 갖추기 전까지는 일정 수준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최대 경쟁자인 일본차에 붙는 관세는 16일(현지시간)부터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지키려면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전략에도 관세는 걸림돌이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에 따라 현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로 대응하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수출 물량이라 25%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HMGMA에서 하이브리드 생산을 추진하지만 이르면 내년에 라인이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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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을 늘리며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협상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관세 대응 방안 등이 언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