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앞에 선 시민이 스마트폰 AI로 사건 내용을 설명한다. AI가 즉시 법적 쟁점을 분석하고 필요한 증거를 제시한다. 판사는 AI가 생성한 법적 쟁점과 증거를 보며, AI가 생성한 쟁점 메모를 통해 즉시 사건의 핵심 개요를 파악한다. 판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판결문을 신속하게 작성한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AI 시대 사법의 이상적 모습이다. 희망적인 AI 시대의 사법은 혁신적이고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다. 미래의 AI는 복잡한 법률 절차를 일상 언어로 번역하는 통역사가 된다. 인지대나 송달료 같은 법원 비용을 자동 계산하고, 관할 법원을 알려줄 뿐 아니라 시민이 자연어로 입력한 사건 내용을 검토하고 법적 쟁점에 맞춰 준비할 사항을 알려줄 것이다. 판결 후에도 판결문 핵심을 쉬운 언어로 요약하고,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시민이 알기 쉽게 설명해줄 것이다.
변호사의 업무도 고된 자료 조사 중심에서 고도의 전략 수립 중심으로 전환된다. 의뢰인의 방대한 자료를 업로드하면 AI가 자동으로 쟁점 지도를 생성하고, 각 법적 쟁점과 관련된 판례, 학설, 참고 자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서면 작성 중에는 실시간으로 논리적 약점을 지적하고, 기존 판례와 충돌하는 부분을 알려주거나 입증이 부족한 주장에 대한 보완 의견을 제시한다. 법정에서는 변론을 실시간 녹취·분석하여 증인 진술의 모순을 포착하고 효과적인 반대 신문 질문을 제안한다.
판사에게 AI는 더 나은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AI가 제공하는 일종의 사법 대시보드는 사건들을 난이도, 쟁점의 수, 법리, 사회적 파급력, 긴급성에 따라 자동 정렬한다. 사건 기록 전체를 학습해 당사자 관계, 핵심 쟁점, 증거의 진정성립 및 신빙성 등을 시각화한다. 판결문 작성에서는 논리적 비약이나 사실인정의 불일치를 지적하고, 대안적 법리 경로를 제시하며, 높은 수준의 초안을 생성한다. 이로써 판사는 기계적 문서 작업에서 해방되어 법률 해석과 정의 실현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장밋빛 사법 미래에는 심각한 함정들이 숨어 있다.
첫째, 환각 현상이다.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법률 원칙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AI가 만든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한 변호사가 제재받은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AI의 환각이 법적 기록의 무결성과 진실 발견 기능을 직접 위협한다.
둘째, 설명 불가능성이다. 복잡한 AI 모델의 블랙박스적 특성은 판단 근거를 알 수 없게 만든다. 판사가 AI 분석에 의존했을 때, 그 추론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 소송 당사자는 의미 있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합리적 이유 제시를 요구하는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와 정면충돌 한다.
셋째, 혁신 격차의 형평성 문제이다. 정부 주도 개발은 거대 로펌이나 막강한 기업 법무팀의 최첨단 상업용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대형 로펌이 사법부 내부 시스템을 압도하는 분석 능력을 갖춘다면, AI라는 무기의 비대칭성은 소송 당사자 간 무기평등 원칙을 본질적으로 위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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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편향의 재생산이다. AI가 과거 판결 데이터로 학습한다면, 형사사건의 양형이나 형사사건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까지 학습하고 증폭시킬 수 있다. 가령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쉬운 표현으로 설명되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형사절차에서의 불평등성은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불평등성이 반영된 기존의 형사사건 판결, 수사기록을 AI가 학습할 경우 오히려 체계적으로 차별적인 결과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다섯째, 개인정보 보호 문제이다. 강력한 법률 AI 개발에는 방대한 과거 판결문 학습이 필수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당사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이로 인해 AI 혁신을 위한 데이터 활용과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정교한 비식별화 기술과 데이터 안심구역 같은 해결책이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보호장치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사법 AI의 희망적 전망과 부정적 위험을 함께 살펴보았다. 이를 균형 있게 고려한다면, AI 시대 사법의 나아갈 방향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를 강력하게 증강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AI기술의 놀라운 가능성과 현실적인 함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AI 시대 사법이 직면한 최대 과제이다. / 글 이권호 변호사

이권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구성원 변호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