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칩플레이션' 공포… 델, 일단 기업용부터 가격 올렸다

커지는 '칩플레이션' 공포… 델, 일단 기업용부터 가격 올렸다

최지은 기자
2025.12.16 04:19

노트북 전제품 최대 30% 인상… 소비자용도 영향 불가피
하이퍼스케일러發 수요 폭증, '메모리 쇼티지' 현상 심화
D램 고정거래가 전분기比 43% ↑… 스마트폰값도 들썩

미국 델테크놀로지스(이하 델)가 기업용 노트북 가격을 인상한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 서비스기업)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칩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이 IT(정보기술) 제품가격까지 밀어올린다. AI(인공지능)반도체에 대한 강한 수요에 힘입어 지난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델은 17일(현지시간)부터 기업용 노트북 전제품의 가격을 10~30%가량 인상한다. 델 프로·프로맥스 노트북과 데스크톱 32GB(기가바이트) 램 모델은 기존보다 130~230달러 오른다. 1TB(테라바이트) 내장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탑재한 노트북 역시 기존 대비 55~135달러 인상된다.

아울러 델은 주요 대형 고객사에 제품을 우선 납품하는 한편 대량구매시 적용해온 할인혜택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영업담당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은 지난해 글로벌 PC·노트북 시장에서 레노버와 휴렛팩커드(HP)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한 주요 PC 제조기업이다.

이번 인상은 기업용 제품에만 적용되지만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소비자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레노버도 내년 초 자사의 제품가격 인상계획을 최근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메모리는 일반 PC 부품원가의 약 15~18%를 차지한다. '메모리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는 가운데 범용 D램과 낸드 수요까지 함께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에 더욱 불이 붙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업체들과 PC기업들이 11월 중 4분기 고정거래가 협상을 대부분 마무리했으며 거래가는 전분기 대비 38~43%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직전 분기 상승률이 13~18%였던 점을 감안하면 분기 기준 인상폭이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기별 매출 추이/그래픽=김다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기별 매출 추이/그래픽=김다나

스마트폰 등 다른 IT제품에서도 가격상승 조짐이 나타난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 10월 'K90 프로맥스'를 출시하면서 판매가를 전작 대비 약 6만원 올렸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주요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14.5% 증가한 2163억달러(약 318조4370억원)로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단일 분기 기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메모리칩 제조사들은 기업고객 확대에 속도를 낸다. 마이크론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론은 이달 초 소비자용 메모리사업을 2026회계연도 2분기 이후 중단하고 수익성이 높은 AI데이터센터용 메모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캐파(CAPA·생산능력) 확장에 나섰지만 범용 D램과 낸드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소비자용 IT제품 가격인상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쇼티지' 현상이 메모리 전제품군에 걸쳐 심화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두 회사의 증설효과가 시장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돼 그때까지는 소비자 제품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