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파는 도시, 매출 1200억 중소기업 고민 풀었다[넷제로 케이스스터디]

재생에너지 파는 도시, 매출 1200억 중소기업 고민 풀었다[넷제로 케이스스터디]

파주(경기)=권다희 기자
2026.01.17 09:30

<3>파주시 공공 재생에너지 공급 사업
파주시 내 재생에너지 필요한 중소기업에 시가 직접 태양광 전력 판매
재생E 절실한 수출 중소기업에 '노는 땅' 활용으로 '윈윈'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를 매주 소개합니다.
파주시 공공에너지 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파주 문산정수장 전경/사진제공=파주시
파주시 공공에너지 공급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파주 문산정수장 전경/사진제공=파주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해외 고객사들이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죠.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재생에너지 조달인데 파주시(경기)의 재생에너지 공급 제도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연매출 약 1200억원 중 수출 비중이 70%인 36년 업력의 물티슈 제조기업 한울생약. 이 곳에서 ESG를 담당하는 김민희 이사는 지난 7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조달이 얼마나 까다로운 숙제인지 전했다.

"수출기업, 세계시장서 생존 위해 재생에너지 필요"

P&G·코스트코 등 다국적 기업을 고객사로 둔 한울생약은 고객사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과 관련한 엄격한 기준들을 준수해왔다. 워낙 높은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기업 중 발군의 ESG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 ESG를 점검할 때 쓰는 에코바디스 평가에서 상위 5%에 부여하는 골드 등급을,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기후관련 기업평가기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중소기업 최고 등급을 각각 받았다. 대기업도 얻기 힘든 성적표를 ESG 전담팀도 없이 만들어 낸 것이다. 김 이사는 "'ESG를 해야지'가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이었고 잘 하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이 분야를 다루게 됐다"고 했다.

이 'ESG 우등생' 중소기업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바로 재생에너지 조달이다. 김 이사는 "ESG 중 S와 G는 우리가 통제 할 수 있어 대응이 가능하지만 E 중에서도 재생에너지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0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패널을 공장 지붕에 설치해 재생에너지 조달에 첫발을 내딛은 배경이다.

그러다 한울생약이 위치한 파주시가 지난해 관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를 통해 태양광 발전 전력을 판매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재생에너지가 절실했던 한울생약은 파주시의 공급물량 1.2MW(메가와트)의 약 3분의 1인 440KW를 구매했다. 김 이사는 "해외 고객들은 이(재생에너지)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선택지가 있어 감사했다"고 만족해했다. 파주시 지원에 탄력을 받은 한울생약은 올해 전력의 13%를, 2030년엔 30% 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PPA란/그래픽=이지혜
PPA란/그래픽=이지혜

파주시, 지자체 중 기업에 첫 재생E 직접판매…시-중소기업 '윈윈'

파주시가 시작한 이 제도의 명칭은 '공공 재생에너지 공급 사업'이다. 지자체가 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다. 파주시 내 공영주차장·정수장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발전해 파주시 소재 중소기업들 중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판매한다.

PPA는 장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전력을 파는 계약인데, 파주시는 현 산업용 전기요금 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30년간 공급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다. 전기요금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한다면 고정가격 계약은 수요자 입장에서 더 매력적이다.

파주시도 유휴부지 활용 등으로 사업비를 줄였다. 민간 개발사에 비해 수익률(연수익률 약 7.9%, 사업비 회수기간 13년) 눈높이를 낮췄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급자인 파주시는 공공성을 살리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수요자인 중소기업은 재생에너지 전력수요를 거의 제로(0)에 가까운 리스크로 채우는 '윈윈'의 결과를 구현해 낸 것이다.

파주시의 공공 재생에너지 1호 사업은 파주시 문산읍 소재 문산 정수장에 약 1.2M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시작한다. 오는 4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파주시는 시의 다른 유후부지를 활용해 올해까지 공급규모를 총 5MW로 확대할 방침이다. 역시 중소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는게 목적이다. 필요한 인허가는 모두 완료된 상태로 공사만 남겨뒀다.

파주시 공공 재생에너지 사업 개요/그래픽=이지혜 (자료=파주시)
파주시 공공 재생에너지 사업 개요/그래픽=이지혜 (자료=파주시)
"파주시 아파트에도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목표"

파주시는 기업만이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전력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행법상 기업에는 직접 PPA 제도를 활용해 한국전력(47,950원 ▲350 +0.74%) 외 주체가 전력을 판매할 수 있지만, 소매판매는 이 길이 막혀있다.

다만 한전 외 사업자의 전력 소매판매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 되면 이 계획도 현실화할 수 있다. 파주시는 올해 정부에 분산특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파주시 내 아파트단지를 시작으로 시민들에게도 유사한 모델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전기요금을 한전 요금보다 낮춰 시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는게 목표다.

파주시는 2024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시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지원팀을 만든 뒤 현재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단계에 있다. 앞서 있는만큼 다른 지자체가 아직 마주하지 않은 고민과도 씨름해야 한다. 파주시 관계자는 "단순한 실험 모델이 아니라 실제로 전력을 판매하기 위한 단계에 있어 방법적인 고민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예로 "수요처가 전기를 쓰지 않는 시간에 발전하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는 ESS(에너지저장장치) 가격이 좀 더 저렴해지는 등의 변화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해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 사업인만큼 기업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분산특구로 지정된다면 아파트 전기요금 할인 등 소매판매 영역에서도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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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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