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난방 다 무탄소…'깨끗하고 똑똑한' 이 건물, 비용도 줄였다

전기·난방 다 무탄소…'깨끗하고 똑똑한' 이 건물, 비용도 줄였다

광주=권다희 기자
2026.01.03 10:01

[넷제로 케이스스터디]
<1> '24시간 무탄소 건물'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태양광발전 + 지열히트펌프 + ESS로 '24시간 무탄소 건물'
에너지 아끼면서 비용도 절감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를 매주 소개합니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탄소배출 저감 경과/그래픽=윤선정(사진=권다희 기자)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탄소배출 저감 경과/그래픽=윤선정(사진=권다희 기자)

광주광역시의 행정·상업 중심지인 상무지구 인근 광주천 가에 여느 건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2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면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된다. 지붕과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패널, 건물 전체 실시간 발전량을 보여주는 1층 로비의 모니터가 이 특별함을 상징한다.

전기도 난방도 '무탄소'…국내에도 '24시간 무탄소 건물'
RE100과 CFE 비교/그래픽=이지혜
RE100과 CFE 비교/그래픽=이지혜

이 건물은 광주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진흥원)이다. 외견상 평범해 보이는 이 곳은 국내에서 가장 특별한 건물 중 하나다. 24시간 365일을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원으로 가동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다. 전기만이 아니라 난방까지 100%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한다.

구글이 지난 2020년 글로벌 기업 중 처음 24시간7일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 목표를 공표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CFE 달성 사례를 만드는 건 요원해 보였다. CFE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보다 훨씬 까다로운 개념이다. 연간 구매량 기준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실제로 사용하자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개념이 전력을 넘어 열에너지까지 무탄소원으로 조달하자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어 CFE 달성은 한층 더 어려운 과제가 됐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담당자들의 아이디어와 실천이 실제 무탄소 에너지 건물을 구현했다. 지난달 18일 진흥원에서 만난 이 기관의 김태호 기후에너지연구실 실장은 "크든 작든 실제 보여줄 수 있는 완성된 모델을 하나 만들면 다른 곳에서도 적용하기가 용이해질거라 생각했다"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례를 만들어 시의 모든 공공부문에 단계별로 확장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진흥원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패널/사진=권다희 기자
진흥원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패널/사진=권다희 기자

옥상·주차장 태양광+지열히트펌프→탄소배출·비용 ↓

2014년 지어진 이 건물은 만들어질 때부터 벽면에 6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패널을 탑재했고, 이듬해 주차장에 70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패널을 세웠다. 이후 2024년 옥상에 70KW의 태양광을 깔면서 RE100을 달성했다. 즉 이 건물이 쓰는 전력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게 됐다는 의미다. 냉난방은 도시가스 대신 지열로 가동되는 히트펌프가 담당한다.

지하층 포함 총 3층·연면적 1070㎡(약 323평), 직원 40여 명인 이 건물의 에너지생산량(2024년 6월~2025년 5월 1년 기준)은 ㎡ 당 279.2kWh(킬로와트시)로 같은 기간 소비량(171.2kWh)의 1.63배다. 에너지자립률이 163%란 의미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를 2024년 9월 설치하면서 정부가 인증하는 '1등급 제로에너지건축물'* 자격을 넉넉히 확보했다.

건물을 크게 고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무탄소 건물을 달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4년 옥상 태양광을 증축할 때 기관 예비비로 1억8200만원을 쓴 것 외에 대부분은 중앙정부 공모사업으로 재원을 조달했다. 2015년 주차장 태양광 증축은 2억4000만원 규모 국비사업으로 진행했고, 공사비 약 6000만원이 쓰인 BEMS 설치도 국가 지원사업으로 예산의 80%를 조달했다. 진흥원의 김예슬 사업진흥팀장은 "공공기관 건축물 중 거창한 수선 없이 최초로 제로에너지 빌딩 1등급이 됐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건물 옆에 설치하며무탄소 전력사용 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는 데 가까워졌다. ESS 설치 전에는 아무리 많은 태양광 발전을 해도 '버리는' 에너지가 생겼다. 낮에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건물에서 다 쓰지 못해 전기가 남으면 한국전력 전기요금을 깎는 방식으로 비용은 절감할 수 있지만 에너지 사용이 비효율적이다. 또 건물에 출근자가 거의 없는 주말에는 계통 안정성 문제로 태양광 발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말에 생산되는 전기를 ESS에 저장하면 끄고 키며 드는 시설비도 줄어든다.

ESS 덕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순간(피크)'의 사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전은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전기요금을 평균 사용량이 아니라 1년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쓴 순간을 기준으로 매긴다. 냉난방 수요 등으로 전력 사용이 잠시 급증해 '튀는' 전력량이 생기면 이 최대치가 '계약 전력'이 돼 이후 대부분의 시간에 전기를 덜 써도 높은 기본요금을 계속 내야 한다. ESS를 활용하면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순간 저장해 둔 전기를 써 '피크'를 낮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로 만든 ESS 설치…관내 기업에 실증 기회도
 [사진1]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실외에 설치된 UBESS(사용후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외관. 전기차 코나의 다 쓴 배터리팩 6개로 만들어진 ESS다(내부 모습 기사 하단 첨부). / 사진=권다희 기자
[사진1]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실외에 설치된 UBESS(사용후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외관. 전기차 코나의 다 쓴 배터리팩 6개로 만들어진 ESS다(내부 모습 기사 하단 첨부). / 사진=권다희 기자

순환경제 및 지역 기업과의 상생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첫 장이 쓰였다. 진흥원이 설치한 ESS는 사용후배터리(폐배터리) ESS(UBESS), 즉 다 쓴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한 ESS다. 동시에 광주광역시 기업의 실증을 공공기관이 지원한 사례이기도 하다. 김태호 실장은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구축하는 기업이 관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협업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UBESS 설치는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공모사업을 통해 70%의 재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11월 준공해 1년간의 시운전을 거칠 예정이다.

이 300kWh 규모 ESS는 화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들과 함께 진흥원 옆 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전기차 코나 6대에서 나온 배터리팩이 ESS의 재료다. 이 UBESS를 만든 엠텍정보기술의 김명준 대표는 "10년 정도 사용한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에는 쓸 수 없어도 아직 에너지가 80% 정도 있어 ESS나 모빌리티 전동기에 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는 공기가 아닌 절연 액체에 담가 직접 식히는 액침냉각 방식을 적용했다. 화재 위험을 낮추고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어 도심형 ESS나 데이터센터 연계 ESS에서 각광받는 기술이다. 재사용 배터리로 액침냉각을 적용한 ESS를 상용화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민간에 도입되기 전 공공 부문에서 실증 기회가 만들어졌다.

남들 보다 앞서 목표를 달성하며 느낀 어려움은 어떤 게 있을까. 김태호 실장은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와 산업부는 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통합) 등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국비 사업이 패키지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실제 현장에서는 필요하다"며 "부처별로 나뉜 사업이 통합되면 공모에 참여하는 측에서는 비용 절감이 크게 가능해진다"고 했다.

[사진2][사진1]에 보이는 배터리 저장소의 문을 열자 정면에 300kWh급 ESS의 배터리랙(배터리를 모듈 단위로 쌓아 전력·안전·온도를 통합관리하는 ESS의 골격)이 보인다./사진=권다희 기자
[사진2][사진1]에 보이는 배터리 저장소의 문을 열자 정면에 300kWh급 ESS의 배터리랙(배터리를 모듈 단위로 쌓아 전력·안전·온도를 통합관리하는 ESS의 골격)이 보인다./사진=권다희 기자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인증하는 제도. 2017년 도입 돼 2019년 제정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라 2020년 이후 건물 규모별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이상, △에너지자립률 20% 이상, △BEMS 또는 원격검침전자식 계량기 설치 등의 인증조건을 요구한다.

-출처: https://min24.ener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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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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