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안동 임하호 수상태양광
계통 포화 극복 아이디어·안동시 협업으로 처음 완성된 집적화 단지 사업
"처음엔 반대했던 지역 주민들, 지금은 재생에너지 재투자도 논의"
#.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임동면에 걸쳐 있는 여의도 9배 면적(26.4㎢)의 임하호. 1990년대초 생활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임하댐을 건설하며 만들어진 이곳 수면 위로 축구장 총 74개 크기의 커다란 무궁화 조형물 15개와 태극기 조형물 1개가 놓여 있다. 이 조형물의 정체는 태양광 패널. 정부가 집적화단지 제도(하단 표 참조)를 만든 뒤 선정 사업 중 처음으로 끝 마침 한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의 결과물이다. 현재는 47.2메가와트(MW) 규모의 이 발전시설에서 안동시 주민(8만 세대)의 약 4분의 1이 쓸 수 있는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연간 2만8000천톤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전력망(계통)과 주민수용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기대를 받고 시작했던 재생에너지 사업들이 좌초될 때 주로 이 중 하나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은 이 양대 난제를 기술력에 기반한 아이디어, 개발사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업으로 풀어낸 사례다. 지난해 7월 상업운전 시작 후 지금까지 집적화 단지 신청이나 수상태양광 설치를 검토 중인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심지어 몽골 공무원들까지 100여명 이상이 이곳을 찾은 배경이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은 정부가 2020년 집적화단지 제도를 처음 도입한 뒤 한국수자원공사(수자원공사)가 아이디어를 내며 시작됐다. 전국의 다목적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기존 자사 자원인 임하댐의 활용도를 유지하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 착안해 추진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계통 포화 문제를 임하댐의 기존 수력발전 계통을 통해 풀었다는게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임하댐 같은 다목적댐은 수력발전과 다른 기능을 함께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계통이 연결된 동시에 계통의 유휴 시간이 존재한다. 당초 지난해 준공될 예정이던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준공이 2030년으로 연기되자 기존 임하댐 발전이 사용하던 50MW 규모 계통 접속설비를 이용해 낮엔 수상태양광 전력을, 밤엔 수력발전 전력을 전송하는 이른바 '교차송전' 방식을 도입해 장애물을 넘었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방식으로 개시할 때엔 외부의 기술적 의구심에 부딪혔지만 상용화한 반년 간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계통 문제를 풀기 위해 몇 년 치 자료를 돌리다 수력발전을 24시간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하루 중 비는 때가 있다는 걸 발견해 교차송전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며 "처음 시도되는 방식인만큼 오랜 시간 수차례 설명해 이 방식에 대한 승인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국내 모든 재생에너지 사업의 난제인 주민들과의 협의는 사업 시작부터 지자체인 안동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풀렸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건설의 영향을 받는 임하면 13개, 임동면 20개 마을 등 총 33개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협의체를 만들고 7회의 대규모 설명회와 십수번의 마을별 설명회를 사업 구상단계부터 3년에 걸쳐 열었다. 이 33개 마을이 하나의 마을협동조합을 꾸리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 마을협동조합이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의 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 6일 안동시청에서 만난 남우정 안동시 신재생에너지팀장은 "사업 초기 내용적으로 주민들이 제일 걱정하시는 건 환경문제였다"며 "농업용수, 식수로 쓰는 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올렸을 때 수질오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우려는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수차례 설명을 함으로써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상태양광은 패널이 수면에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 주면서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 발생하는 녹조발생을 줄여주고, 저수지의 증발량을 줄이는 등 생태계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수상태양광 패널은 육지용 패널과 다르게 수질에 유해한 물질을 쓸 수 없어 더 비싸지만 그만큼 수자원에 무해하게 만들어진 점도 주민들에게 중점을 둬 전달한 내용이다.

처음 '낯선 수상태양광'을 경계했던 주민들은 이제 누구보다 이 시설을 환영한다. 같은 날 안동시청에서 만난 임하면 주민 '임하댐 수상태양광 마을발전 위원회'의 장원호 공동위원장은 "우리 마을에 요즘 서로 이사 오려 한다"며 수상태양광이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했다.
지역주민들에게 미리 환원한 사업비의 일부는 33개 마을이 각 마을의 숙원사업을 이루는데 썼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이 시장이나 인근 지역에 오갈 때 탈 수 있는 마을버스 운영, 농기계 구입 등 대체로 마을 단위로 필요한 시설 구입에 쓰였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반영된 전력 판매 수입이 본격적으로 창출되는 올해부터는 마을법인에 분기별로 수익이 지급된다.
장 위원장은 "처음엔 사업을 두고 마을내에서도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익금 중 일부를 다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자는 마을까지 생겨날만큼 주민들이 좋아한다"며 "사업을 직접 체감해서 혜택을 받아보니 다른 지역으로도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패널을 안동을 상징하는 무궁화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좋은 볼거리가 돼서 관광지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동시 입장에선 대규모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지자체의 역량을 높이는 자산이 됐다고 한다. 사업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은 시·군 단위 지자체가 인허가권이나 조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 내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유발할까봐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남 팀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지자체의 역할에 대해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공사와 업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단순히 인허가만 하는 부서로 남으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역 현장은 지자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주민과 소통하는 역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순히 이 사업을 하자고 설득하기 보다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먼저 형성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민들의 의견이 이 사업에 담길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노력했다"고 전제한 뒤 "이 사업이 어떤 구조에 의해 어떻게 수익이 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드리려고 했다"면서 "수용성만 강조하면 사업성이 지나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용성과 사업성이 동시에 유지될 수 있도록 개발사와 주민 사이를 조정하는게 지자체의 핵심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남 팀장은 "안동시엔 댐이 있어 수질오염 우려 등으로 인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댐이 재생에너지 자원이란 걸 이제야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계속할텐데 주민들과 소통 노하우가 축적된게 안동시의 역량 차원에서도 긍정적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이 인구유입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현황 및 주요 환경 쟁점 고찰(2021), 대한환경공학회지
Floating Photovoltaics: Benefits and Critical Knowledge Gaps(2021),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Decarbonization potential of floating solar photovoltaics on lakes worldwide(2024), 네이터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