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장 양산 늦췄다..캐즘 장기화에 속도 조절 나선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 양산 늦췄다..캐즘 장기화에 속도 조절 나선 현대차그룹

임찬영 기자, 김남이 기자
2026.01.28 15:30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품질 개선을 이유로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의 양산 일정을 조정한 배경에는 변화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있다.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규모 면에서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전 세계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약 1916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2021년과 2022년 성장률이 각각 109%, 5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다.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 구간을 지나 완만한 성장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판매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증가율은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탈탄소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회원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재정 부담 문제 등이 겹치며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역시 고금리 기조와 충전 인프라 부담이 이어지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시장 환경 변화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전기차 생산 능력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수요 흐름에 맞춘 속도 조절과 수익성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을 조정하거나 전동화 투자 계획을 유연하게 재설계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추진됐지만 이후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체제로 전환됐다. 전기차 수요 확대 속도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장 상황에 맞춘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양적 확대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제품 완성도를 중시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성장 속도가 조정되는 구간에서는 무리한 증산보다 생산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셈이다.

이번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이 지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리하게 양산 일정을 맞추기보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GV90의 품질을 높여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차는 특히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의 내부 보안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출입을 위해서는 '사전 보안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다 지정된 출입문으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카메라에도 보안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 등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핵심 시설인 남양연구소만큼 보안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기술인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부 교수)은 "내수도 그렇지만 수출 물량 자체를 활성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시기 등도 고려한 것"이라며 "제네시스의 경우 품질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 안정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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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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