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도, 하늘길도 막혔다… 장기화땐 수출입·물가 연쇄쇼크

뱃길도, 하늘길도 막혔다… 장기화땐 수출입·물가 연쇄쇼크

최경민, 강주헌, 정혜인 기자
2026.03.03 04:03

해운·항공업계 운항 중단… 정유업계, 수급 촉각
삼성·LG·한화 등 중동 현지직원 안전 확보 총력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 대비 호르무즈해협 비중 추이/그래픽=김다나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 대비 호르무즈해협 비중 추이/그래픽=김다나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영해 수색·검문 강화만으로도 사실상의 봉쇄효과가 발생 가능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대두하자 이같이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 에너지 기관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석유공급량의 약 27%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해상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물동량의 약 20% 역시 이곳을 지난다. 아시아국가가 수입하는 원유의 80%도 이 수송로를 통과한다.

이 때문에 이란은 안보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아직 호르무즈해협을 100% 이란 측이 통제하는 데 성공한 전례는 없다. 그럼에도 유가는 매번 출렁거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 측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유조선 입장에선 '굳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심리가 발생하게 된다"며 "선박들 입장에선 일단 관망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류대란도 우려된다. 현재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위치한 선박들의 발은 사실상 묶인 상태로 보인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업체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선원과 선박 그리고 고객화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호르무즈해협과 수에즈운하 통행을 중단하고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오만에 있는 자사 사무소를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형 해운업체인 MSC는 걸프만 내 자사 선박들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지정된 안전대피구역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선사들도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당장 통행에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 선사를 비롯해 일부 선사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현지 인근에서 대기하거나 운항속도를 조절하며 눈치보기에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항공업계 역시 중동노선 운항을 일시중단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중동노선인 인천-두바이 노선을 유일하게 주7회 운항하는데 오는 5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측은 앞으로 현지상황과 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항재개 시점과 스케줄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해운업계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은 주로 페르시아만 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서쪽 홍해에서 선박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의 불확실성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급 불안정 문제가 본격 대두할 것이란 전망이 자연스레 나온다. 무역협회는 유가 10% 상승 시 △수출 0.39% 감소 △수입 2.68% 증가 △기업 생산원가 0.38% 상승 등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원유수급 불안 속에 유가가 급등하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제조원가까지 뛰며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시 우회항로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은 기존 해상운임 대비 최소 50~80%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해상운임지수가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란·이스라엘에 근무 중인 직원들을 UAE·이집트·요르단 등으로 대피시켰다. UAE·카타르·이라크의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LG전자는 중동 근무직원들에게 이동자제를 권고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중동 현지 임직원의 안전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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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강주헌 기자

자동차·항공·물류·해운업계를 출입합니다.

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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