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익 강연평론가 칼럼
얼마 전, 지인에게 들은 정보를 별다른 확인 없이 온라인에 공유했다가 뜻밖의 지적을 받았다.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저자로부터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렸다. 이런 말을 그대로 믿다니 당신답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아차 싶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정보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글을 고쳐야 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한 유명 전문가의 발제 자료에 "WHO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사기범죄율 1위"라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려다, 직접 확인해보니 이미 근거 없는 오류로 판명된 정보였다. 하마터면 가짜 뉴스의 전파자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강연 기획을 업으로 삼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를 무대에 세우고, 그들의 메시지를 대중과 연결해왔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안목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믿음을 의심하게 되었다. 혹시 나는 이름과 경력, 화려한 타이틀이라는 외피에 압도되어 콘텐츠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전달해온 것은 아닐까.
전문가도 불완전한 인간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에는 관대하고, 반대 자료에는 엄격해지는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명성과 영향력이 클수록 그 편향은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 공인과 전문가의 발언에 더 높은 책임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에게도 있다. 우리는 권위 앞에서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 이해관계나 신념과 맞아떨어질 때는 더욱 그렇다. 정보가 넘칠수록 이런 문제가 더욱 증폭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분노가 일거나 탐욕이 밀려올 때다. 바로 그때 우리는 이성적인 검증 대신 즉각적인 공유를 택하고, 그만큼 오류에도 취약해진다. 이는 비단 온라인 정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권력을 사칭한 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권위 앞에서 의심을 거두는 우리의 안이함을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런던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 앨릭스 에드먼스는 '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에서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독자들의 PICK!
첫째,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찾아라. 재판에서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듣듯, 어떤 정보든 반론도 함께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매체를 고루 접하는 것만으로도 균형 감각은 달라진다. 상대의 논리를 알아야, 내 주장의 정당성도 비로소 증명된다.
둘째, 공유하기 전에 일단 멈춰라. 내 신념과 딱 맞아떨어지는 정보일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 원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비판하는 것은, 먹어보지도 않은 식당에 악평을 남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게 정말 팩트인가?' 단 몇 초의 자문만으로도 선동에 휘둘릴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특히 내 세계관을 통쾌하게 대변해주는 '사이다' 같은 주장일수록 더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셋째, 통계 리터러시를 길러라. 수치는 그 자체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맥락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단순히 숫자에 압도당하기보다 그 숫자가 산출된 맥락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힘이 생긴다.
에드먼스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는 지도자가 권력을 남용할 때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이 들은 이야기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을 때도 무너진다."
팩트체크는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가장 강력한 검증 도구는 AI도, 정부 보고서도 아니다. 확신이 드는 순간 한 번 더 의심하는 당신의 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