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진's 종소리]
#요즘 재계의 모범생은 현대차(548,000원 ▲47,000 +9.38%)그룹이다. 최근 전북 새만금에 9조원 규모의 전격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큰 결단을 내려주셨다"는 대통령의 감사와 찬사를 들었다. 이를 두고 '피지컬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미래 투자인 동시에 정무적 판단도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분 승계작업이 끝나지 않은 정의선 회장으로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 등 중요한 그룹 구도 재편을 앞두고 정부와 여권 내에 우호적 여론 조성이 필수적이다.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문제는 다른 기업들이다. 문자 그대로 전전긍긍이다. 지방투자 계획을 말 그대로 쥐어짜고 있단 전언이다. 한 주요 그룹 임원은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 여력이 정말 없다"고 걱정했다. 이란 전쟁과 같은 일개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보다 싫든 좋든 해내야 하는 국내 숙제가 더 무섭단 하소연도 들린다.
#삼성도 계열사별로 지방투자와 관련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취합 중이다. 국내 1위 그룹으로서 현대차보다는 더 큰 금액의 투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아 고심하고 있다. SK(359,500원 ▲29,500 +8.94%)도 이미 반도체 산단(산업단지) 등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워놓은 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나마 'AI 데이터 센터'의 경우 앞으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요 기업마다 단골 투자 계획으로 검토하고 있단 후문이다.
투자 총액은 벌써 나왔다. 지난달 10대 그룹 총수 등은 이재명 대통령과 간담회를 열고 270조원의 지방투자 규모를 내놨다. 지난해 11월 회동 직후엔 삼성 450조원, 현대차 125조원 등의 역대급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대통령을 만나면 천문학적 숫자가 나오는 모양새도 머쓱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쏟아야 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지역 균형 발전은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과제다. 역대 모든 정부가 추진해왔고 지방 선거용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중요한 이슈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이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증명된다. 법인세 혜택은 물론 상속·증여세 개편에 이르기까지 금기를 깨고 전례를 뛰어넘는 과감한 지원이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 기업들이 지방 신규 투자를 꺼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인재난이란 점을 고려하면 지역 대학 투자 등 인프라 확충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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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독려하기 이전에 기업을 대하는 정치권의 자세도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안만 봐도 드러난다. 당정이 배임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6개월째다. 지난해 12월 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TF(태스크포스) 소속 오기형 의원이 "여야 간이나 사회적으로도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고 말한 지도 석 달째다. 재계가 필사적으로 이견을 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1~3차 개정안 등이 일사천리로 통과됐지만 배임죄 개선은 감감무소식이다.
기업들이 간절히 원하는 경제 안보법들도 진척이 없다. 산업기술 유출에 형량을 대폭 올리는 등 첨단 국가 전략산업을 보호하는 시급한 법안들이다. 재계의 한숨은 쌓여가는데 여의도의 눈길은 지방선거 대진표에만 쏠리는 것처럼 보여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