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의존은 위험"…오일쇼크가 만든 풍력 강국

"에너지 의존은 위험"…오일쇼크가 만든 풍력 강국

권다희 기자
2026.03.09 05:50

[2026 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7>미카엘 헴니티 빈터 주한덴마크대사

[편집자주]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첫 순서로 녹색전환에 앞선 국가들의 주한대사들을 통해 국제사회의 시각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의 잠재력도 짚어본다.

미카엘 헴니티 빈터 주한덴마크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미카엘 헴니티 빈터 주한덴마크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에너지 조달을) 한 국가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우리 삶을 매우 위험하게 만듭니다."

미카엘 헴니티 빈터 주한덴마크대사(사진)는 지난달 11일 서울 성북구 소재 대사관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된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메시지다. 에너지 안보가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오른 상황에서 빈터 대사의 발언은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에너지 자립이 곧 안보이자 산업 경쟁력이라는 점이다.

덴마크 에너지 전환 역사 및 주요 정책/그래픽=이지혜
덴마크 에너지 전환 역사 및 주요 정책/그래픽=이지혜
오일쇼크서 시작된 '에너지 자립 전략'

덴마크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 이전에 지정학적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에서 출발했다. 본격적인 계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였다. 당시 유가 급등은 수입 에너지 의존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빈터 대사는 "덴마크가 유가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장기 계획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원 다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덴마크가 세계적인 풍력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대체에너지 확대를 요구하고 장기 정책을 유지하자 산업이 이에 대응하며 기술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이렇게 풍력 산업은 환경 정책의 부산물이 아니라 덴마크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정책의 병행이 이뤄진 것으로 눈에 띈다. 덴마크는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를 탈동조화(decoupling)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덴마크는 20년 이상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경제 성장은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한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비중 추이 변화/그래픽=이지혜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비중 추이 변화/그래픽=이지혜
재생에너지는 안보 전략

이런 정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됐다. 덴마크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왔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빈터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과 덴마크 모두에게 경종이었다"며 "특히 유럽이 러시아 가스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에너지 부문에서 더 큰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다른 에너지원,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빈터 대사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안보 전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바람처럼 각 나라의 자연 자원에서 나온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 즉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이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과 안보, 공급망 전략이 교차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덴마크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빈터 대사는 "덴마크는 해운과 해상 에너지 분야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며 "양국의 강점이 결합되면 녹색전환 분야에서 매우 큰 협력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약력

△2025년~현재 주한덴마크 대사 △2022년 주상하이 총영사 △2018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2016년 주방글라데시 대사 △2011년 주태국대사 (미얀마 및 캄보디아 겸임) △2008년 주이라크 대사 △2005년 외교부 개발협력국 부국장 △2001년 주베트남대사관 공관차석 △1998년 외교부 인도지원국 과장 △1995년 주태국대사관 1 등서기관 △1993년 외교부 국제무역국 서기관 △1991년 농림부 사무관 △1989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필리핀 마닐라 사무소 국제기구 초급전문가 전문가(JPO) △1987년 농림부 사무관 △1987년 코펜하겐 경영대학원(Copenhagen Business School) 경제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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