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공급 차질 우려…유가·메모리 가격까지 동반 상승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알루미늄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전자업계가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여기에 유가와 메모리 가격 급등까지 맞물리면서 제조 원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톤(t)당 3449.5달러까지 상승하며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알루미늄과 설탕 등 주요 물자 역시 이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가전과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전자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의 경우 알루미늄과 철강 비중이 약 30~40%에 달한다. 스마트폰 외부 프레임 등에도 알루미늄이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전자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비해 장기 계약을 맺어온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중동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9.2%(680만톤)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다. 알루미늄 바레인 등 중동에 거점을 둔 주요 알루미늄 공급사들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계약 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되면 알루미늄 시장의 공급차질이 확대되고 가격 급등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알루미늄 수급은 이란 사태의 숨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도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를 비롯해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소재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나 유가가 오르면 원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물류비와 재료비가 동시에 오르면 비용 압박이 커질 수 있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 증가와 출하량 감소를 겪은 전자업계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영업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173,500원 ▼14,700 -7.81%)는 메모리 가격 인상 영향으로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 대비 9만9000원~29만5900원 인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전업계에서도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기능이 강화되면서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이 제조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전략과 수익성 사이에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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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나 물류비가 올라도 소비자 가격 인상은 최후의 선택지"라며 "결국 기업이 일정 부분 비용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