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선주 대체항 놓고 갈등… 해상대기 길어져
보험료도 전가, 용선 의존도 높을수록 손실 심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이 선주와 화주 사이에서 비용부담을 떠안고 있다. 화물을 실은 선박이 안전문제로 해협에 진입하지 못하고 해상에서 대기하면서 손실이 확대된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중심으로 한 해상물류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하루 평균 약 120~140척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해협통과 선박수는 평상시의 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에너지 운송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8%가량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갈수록 해운사의 부담도 커진다. 화주는 기존 계약에 따라 위험지역 내 화물하역을 요구하지만 선주는 1주일 기준 20억~30억원 규모의 보험료를 용선주인 해운사에 전가하는 상황이다.
또 선주가 화주가 지정한 대체항을 인프라 미비 등의 사유로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일부 선박은 항로를 확정하지 못한 채 해상에서 대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화물을 가득 실은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으로 가지 못하고 위험지역 밖에 계속 떠 있는 상태로 수일이 지났다"며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험료 전가를 요구하거나 화주가 정한 대체항을 거부하는 선주와 화물을 예정대로 위험지역에 내려놓으라는 화주 사이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손실이 계속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해운사에 따르면 선박 1척이 항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해상에서 대기할 경우 대형선 기준으로 하루에만 용선료 약 3000만원과 연료비 700만~800만원 등 4000만~500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연료비가 계속 뛰면서 관련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 회사도 약 10척의 선박이 위험지역인 호르무즈해협으로 향하지 못하고 중동항로 해상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용선 의존도가 높을수록 이같은 손실은 불어난다. 해운사는 선주로부터 배를 빌려 화주와 계약을 하는데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 해운사에 비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의 용선 비중은 52.8%로 글로벌 선사 대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사태가 단기출구를 찾지 못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운시장 역시 단순한 물류대란 수혜만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